배우 고(故) 이선균을 협박해 금품을 뜯어냈던 유흥업소 여실장이 공갈 혐의를 부인했다. 여실장은 이씨에게 협박 사실만 전달했을 뿐 해악을 고지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지법은 형사4단독 홍은숙 판사는 14일 유흥업소 여실장 김모씨와 전직 영화배우 박모씨에 대한 첫 번째 재판을 진행했다.
이날 홍 판사가 직업을 묻자 김씨는 "무직"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자영업자"고 답했다. 박씨는 과거 영화 두 편에 출연한 적 있다.
김씨는 공갈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김 씨의 변호인은 혐의를 부인했으며, 해킹범에게 협박받은 사실을 알렸을 뿐 해악의 고지 등 공갈 행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씨의 혐의는 총 5개로 공갈, 공갈방조, 공갈미수, 전기통신사업법위반,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 혐의 등이다. 박씨 측은 이날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양측은 "다음 기일에 공소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홍 판사는 두 사람에게 돈을 전달한 이선균 지인을 증인으로 신청한다고 알렸다.
공소장에 따르면 김씨와 박씨는 지난 2017년 교도소에서 처음 만났다. 김씨는 마약, 박씨는 사기 전과자다. 출소 후 두 사람은 2022년부터 같은 아파트에 살며 가까워졌다.
이어 박씨는 김씨의 필로폰 투약 사실과 사생활을 알게 됐다. 김씨가 박씨에게 자신의 마약 투약 사실을 알고 있는 인물에게 협박받고 있다는 사실을 공유했다.
박씨는 김씨가 1000만원으로 입막음하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자신 역시 김씨를 협박하기로 마음먹는다. 해킹범으로 가장해 텔레그램으로 김씨를 협박했다.
박씨가 김씨에게 1억원을 요구하자, 김씨는 이선균에게 연락했다. 김씨는 "휴대전화가 해킹돼 협박받는데, 입막음용 돈이 필요하다"며 이선균에게 3억원을 부탁했다.
이씨 측은 지난해 9월 김씨에게 3억원을 건넸다. 그러나 김씨는 3억원을 혼자 챙겼고, 1억원을 못 받은 박씨는 이선균을 직접 협박하기로 한다.
박씨는 불법 유심칩을 이용해 2억원을 요구한 뒤 5000만원까지 낮췄다. 이후 작년 10월 이선균 지인으로부터 5000만원을 받았다. 김씨의 마약 투약 혐의도 인천경찰청에 제보했다.
김씨는 작년 10월 필로폰 등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됐다. 이선균은 김씨와 협박범을 공갈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따라 김씨와 박씨는 수사를 받게 됐다.
한편 구속 재판 중인 박씨는 이날 법정에 아기를 안고 나왔다. 홍 판사는 아기가 계속 울자 "올 때마다 아기를 데리고 올 거냐"고 물었다. 이에 박씨가 "네"라고 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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