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운 NH투자증권 신임 대표의 위기 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재무건전성 수치들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증권사 건전성 및 유동성 관리 점검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는 방침을 발표한 터라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19일 NH투자증권이 최근 제출한 2023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PF 관련 구조화금융 최대손실 노출액은 지난해 말 기준 2조9839억원이다. 이는 NH투자증권 자기자본(7조1065억원) 대비 약 42% 수준으로 2022년 말 2조1370억원에서 8468억5400만원가량 증가했다.
구조화금융이란 PF투자회사, 사회기반시설사업시행법인, 선박·항공기 금융을 위한 특수목적회사(SPC) 등이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금융기관 및 참여 기관 등으로부터 지분투자 또는 대출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일종의 금융기법이다. 한 마디로 돈 될 만한 사업에 출자해 추후 성과를 놓고 출자 비율대로 수익을 배분하는 금융 시스템을 의미한다.
NH투자증권이 1년 만에 최대손실 노출액이 1조원 가까이 증가한 데는 매입약정이나 시행사에 보증 형식으로 신용을 보강해주는 신용공여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신용공여가 급증했다. 증권사들의 신용공여는 크게 매입(보장)약정과 매입확약으로 나뉘는데, 매입약정은 SPC가 발행한 유동화증권이 분양 미달 등 문제가 생겨 투자자에게 원리금 상환이 제한되는 경우 증권사가 해당 증권을 매입하겠다는 약정이다. 일종의 유동성 공여로 볼 수 있다. 매입확약은 같은 상황에서 해당 증권을 증권사 스스로 인수하겠다는 약정이다. 직접적인 신용공여로 인식할 수 있다.
NH투자증권의 매입확약 규모는 같은 기간 991억4800만원에서 1518억8000만원으로 53% 늘었고, 매입확약은 1281억2000만원에서 3836억6600만원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에 따라 전체 신용공여 규모도 2272억6800만원에서 5354억6600만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신용공여 규모가 커지면서 위험 노출액 중 실제로 대손이 발생할 확률로 설정한 충당금인 신용손실충당금전입도 증가했다. 2022년 연간 기준으로 쌓은 '신용손실충당금전입(환입)액'은 361억4400만원에서 지난해 말 1100억1300만원으로 매입확약 증가 규모와 거의 비례하게 늘었다.
NH투자증권이 신용을 보강한 모든 건이 부실하다고 볼 수 없지만 우려스러운 점은 증권사들의 PF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지표들이 제어되기보다 오히려 급증했다는 데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13.85%로 2022년 말 10.38%보다 3.47%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같은 2금융업권인 보험 1.11%, 저축은행 5.56%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오는 27일 취임을 앞두고 있는 윤 신임 대표이사도 임기 초부터 PF 관련 리스크 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이 사안에 대해 올해 집중 검토하겠다는 계획을 공언했기 때문이다.
금감원 자본시장조사국 관계자는 "올해 감독 방향이 증권사 건전성이나 유동성 등 취약 부분에 대해 예정적 성격에서 점검을 하는 것"이라며 "NH투자증권뿐 아니라 업권 전반에 걸쳐 해당 수치들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