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오는 24~25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발전고위급포럼(CFD)을 계기로 미국 주요 기업 대표들과 회동한다.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탱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만찬 이후 4개월여 만이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이 CDF 폐막 이후인 오는 27일 미국 주요 기업 대표들과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회담에는 보험사 처브의 에반 그린버그 최고경영자(CEO)와 미중관계전국위원회 스티븐 올린스 회장, 미중기업협의회 크레이그 앨런 회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다만 최종 참석자 명단은 아직 조율 중이며, 중국 측이 막판에 회담을 취소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회담은 지난해 11월 APEC 정상회의 계기로 성사된 시 주석과 미국 재계 인사 간 만찬에 대한 후속 조치다. 당시 시 주석은 중국 경기 둔화 우려 속 미국 기업 대표들에게 중국의 투자 환경을 개선하겠다며 구애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중국 시장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를 해소하지는 못했었다.
비즈니스 컨설팅업레 올브라이트 스톤브릿지의 켄 재럿 선임 고문은 “이번에 미국 기업들은 시 주석에게 미·중 긴장이 무역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고, 양국 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할 것"이라며 "또한 (중국의) 데이터 전송 규제, 시장 접근 장벽, 정부 조달 및 보조금과 같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짚었다.
시 주석과 미국 기업 대표들 간 회담에 앞서 개막하는 CDF는 중국 국무원이 대외 경제교류를 위해 2000년부터 개최해 온 연례행사다. 올해 역시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열릴 예정이며 중국 경제 성장, 인공지능(AI), 기후변화 등이 주요 논의 주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WSJ이 입수한 CDF 참석자 명단 초안에 따르면 미국은 이번에 역대 최대 규모의 대표단을 구성할 계획으로, 포럼에 참석하는 CEO 85명 중 미국 기업 인사만 34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찰풍선 사건' 등으로 미·중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에는 23명만 참석했었다.
미국 대표단에는 팀 쿡(애플)을 비롯해, 스티븐 슈워츠먼(블랙스톤), 노엘 퀸(HSBC), 버트 불라(화이자)와 산제이 메흐로트라(마이크론테크놀로지), 리사 수(AMD), 대런 우즈(엑손모빌) 등 미중 무역전쟁 중심에 있는 반도체 기업 수장들도 다수 포함됐다. 락스만 나라심한(스타벅스), 엔리케 로레스(HP) 등은 이번에 처음 CDF에 참석한다. 앞서 쿡 CEO는 상하이 애플스토어 개장식에 참석하기 위해 상하이를 먼저 방문해 왕촨푸 비야디(BYD) 회장 등과 회동하기도 했다.
다만 대규모 참석자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중국 측은 포럼 전용 웹사이트를 개설하거나 포럼 개최 관련 공식 발표도 하지 않고 있다. 통상 중국 최고 지도부 인사가 나서는 기조연설자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WSJ은 "이번 행사에 많은 인원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기조연설자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고, 참가자들에게 (포럼의) 세부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