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26일 각의(국무회의)에서 차세대 전투기의 제3국 수출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평화 헌법에 따라 무기 수출을 제한해 왔던 일본 정부가 자국에서 생산한 지대공 미사일 패트리엇의 미국 수출에 이어 영국 및 이탈리아와 공동개발하는 차세대 전투기 수출도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교도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각의에서 이같은 방침을 결정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방위 장비 이전 3원칙 운용 지침을 개정했다. 이로써 다른 나라와 공동 개발한 방위 장비의 제3국 수출을 허용한다는 항목이 신설되었으나, 대상은 차세대 전투기로 한정했다.
일본 정부는 향후 차세대 전투기를 수출할 때마다 개별적으로 안건을 심사해 각의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다른 장비들에 대해서는 재차 여당 내에서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이와 관련해 닛케이신문은 장비 수출에 신중한 자세를 보인 것은 연립여당인 공명당이었다고 전했다. 공명당은 일본 정부의 차세대 전투기 제3국 수출이 가능해지면 국제사회에서 일본이 공동개발 파트너로서 적절치 못하다는 인식이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원래 지난해 12월 개정한 운용 지침에 차세대 전투기의 제3국 수출을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으려 했으나, 이때도 공명당 내에서 신중론이 분출했고, 관련 절차가 3개월가량 늦춰졌다.
한편 차세대 전투기 수출 대상국은 일본과 방위장비품·기술이전협정 등을 맺고 있는 국가로 제한한다는 조건도 붙였다. 일본이 협정을 맺은 국가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 호주, 인도,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아랍에미리트(UAE) 등 15개국이다.
교도통신은 협정국이 더욱 늘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차세대 전투기 수출이 가능한 국가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일본은 영국 및 이탈리아와 함께 일본 항공자위대 F-2 전투기, 영국·이탈리아 유로파이터의 후속 모델이 될 차세대 전투기를 2035년까지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일본이 미국 이외 국가와 방위 장비를 공동 개발하는 것은 처음이다.
닛케이신문은 최첨단 방위 장비 개발은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큰데, 다른 국가들과 공동으로 개발·생산함으로써 기술적인 리스크와 비용 부담을 분담할 수 있어 이같은 방식이 주류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기하라 미노루 방위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영국, 이탈리아 양국과 동등하게 (전투기 생산 등에) 공헌할 수 있는 입장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며 일본의 안보 환경에 상응하는 전투기 제작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엄격한 (수출) 결정 과정을 통해 평화 국가로서 기본 이념을 계속해서 견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교도통신은 "일본은 작년 12월 외국 기업의 허가를 받아 제조한 라이센스 생산품 수출을 금지하는 규정을 완화했고, 살상 능력이 강한 전투기 수출도 단행했다"면서 "일본의 안보 정책이 전환하게 됐다"고 평했다.
일본은 '전쟁 포기'를 명시한 이른바 평화 헌법에 근거해 무기 수출을 사실상 금지해 왔으나 제2차 아베 신조 정권 때인 2014년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을 마련해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무기를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후 지난해 말 자국에서 생산한 지대공 미사일 패트리엇을 미국에 최초로 수출하기로 결정하는 등 방위 장비 수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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