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반도체 패키징을 위해 미국 인디애나주에 첨단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식통을 인용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엔비디아가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블랙웰(Blackwell)'을 공개한 가운데 주 협력사인 SK하이닉스도 이에 발맞춰 첨단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약 40억 달러(약 5조3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인디애나주 서부 웨스트 라피엣에 첨단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지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해당 안건은 조만간 이사회에서 결정될 예정으로,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 소식통은 언급했다.
해당 공장이 건설될 경우, 약 800~1000개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반도체 컨설팅업체 세미애널리틱스의 딜런 파텔 수석연구원은 "SK하이닉스 공장은 미국에서 대규모 HBM 패키징을 하는 첫 번째 시설이 될 것"이라고 WSJ에 말했다.
SK하이닉스의 이번 공장 건설에는 미국 정부의 여러 지원도 뒤따를 전망이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위해 2022년 8월 반도체과학법을 제정하고 5년간 반도체 생산 보조금 390억 달러(약 52조6000억원), 반도체 연구·개발(R&D) 보조금 132억 달러 등 총 527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한 상태이다.
이미 최근 미국 기업 인텔이 대규모 보조금(85억 달러) 수령을 확정 지었고 삼성전자, TSMC 등 주요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지원도 곧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이 삼성전자에 60억 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전했고, TSMC가 받게 될 반도체 보조금은 50억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산업 컨설팅 업체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스트래티지의 핸델 존스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에 패키징 시설을 짓는 비용이 한국에 짓는 것보다 약 30~35%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 정부의 자금지원은 이런 부담을 상쇄시킬 정도로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가 공장 부지로 인디애나주를 택한 이유로는 '인재 유치'가 거론됐다. 공장이 들어설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피엣 인근에는 퍼듀대학이 자리 잡고 있다. 퍼듀대는 미국 최대 반도체·마이크로전자공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명문 공대로, 소식통은 퍼듀대를 통해 숙련된 엔지니어 풀을 활용하고자 인디애나를 최종 선택했다고 전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19일, 세계 최초로 5세대 HBM 반도체인 HBM3E의 양산을 개시한 가운데 이달 말께 고객사에 인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객사는 엔비디아로 알려진 가운데 인도 물량은 엔비디아가 지난주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차세대 AI칩 '블랙웰' 라인에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AI 칩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3월부터 경기도 용인에 2046년까지 총 120조원을 들여 4기로 구성된 세계 최대 반도체 팹(생산 라인)을 구축할 계획으로, AI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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