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메모리반도체 선두주자인 창신메모리(長鑫存儲, CXMT)가 중고급 D램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창신메모리 모회사인 창신과기는 약 2조원에 달하는 투자 유치도 추진 중이다. 중국 정부의 지원사격을 받는 창신메모리는 최근 미국 추가 제재 검토 대상에도 이름이 오르내릴 정도로 메모리반도체 방면에서 급성장하는 모습이다.
2조원 투자 유치···중고급 D램 생산 '박차'
창신과기의 2조원 투자 유치 계획은 지난 29일 저녁 중국증시 상장회사인 중국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자오예촹신(兆易創新)의 공시를 통해 알려졌다.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자오예촹신은 이날 공시를 통해 창신과기에 약 15억 위안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이번 투자로 창신과기 지분 보유 비율이 기존의 0.95%에서 1.88%로 약 2배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펀딩에는 자오예촹신 외에도 안후이성 허페이산업투자와 산하 자회사인 창신집적회로, 그리고 중국건설은행투자, 공상은행금융자산투자, 중국은행자산운용, 교통은행자산투자 등 국유은행이 대거 참여한다. 총 투자액은 108억 위안, 우리 돈으로 약 2조원이다.
2016년 안후이성 허페이에 설립된 창신과기 자회사인 창신메모리는 중국 D램 메모리 반도체 선두기업이다.
2019년 9월 세계 D램 주력 제품인 DDR4 양산에 성공하며 'D램 불모지'였던 중국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했다. 다만 창신메모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과 비교해 여전히 저가형 D램 제품 생산에 머물러 있는 게 한계다. 차이신에 따르면 창신메모리의 글로벌 저가형 D램 시장 점유율은 약 10%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도 채 되지 않는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우리나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대만 난야테크놀로지와 윈본드 등 상위 5개 제조사의 점유율은 각각 45.5%, 31.8%, 19.2%, 1.6%, 0.8%였다. 창신메모리를 포함한 다른 반도체 제조사의 전체 점유율은 모두 합쳐도 1.1%에 불과하다.
최근 창신메모리가 거액의 투자를 유치해 중·고급형 D램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배경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중국 최초로 자체 개발한 모바일용 D램인 LPDDR5를 출시해 샤오미·트랜션 등 중국 국내 스마트폰 브랜드 모델 탑재 인증도 받았다.
창신메모리는 “LPDDR5는 중·고급 모바일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라며 향후 자사 D램 제품 포트폴리오를 더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LPDDR5의 ‘LP’는 저전력(Low Power)의 약자로, 휴대폰처럼 긴 배터리 수명을 요구하는 모바일 단말기에 널리 쓰이는 D램 반도체다.
몸값 26조원으로 치솟아···美 반도체 제재설
덕분에 현재 창신과기 몸값도 치솟고 있다. 기업가치가 2022년 초 1078억 위안에서 2년 새 322억 위안이 불어나 현재 1400억 위안(약 26조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D램 분야에서 선두기업으로 자리매김한 것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중국 부자연구소 후룬의 글로벌 유니콘 기업가치 순위로 보면, 중국 최대 상용드론업체 DJI보다도 기업가치가 높다.창신과기는 현재 '상하이판 나스닥'이라 불리는 '커촹반' 증시 상장도 준비 중이다. 상장에 성공하면 수년만에 중국 'IPO 대어'가 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투자금도 밀물처럼 몰려오고 있다. 창신과기는 이번 펀딩을 제외하면 총 6차례 펀딩을 거쳤다. 2020년 첫 펀딩 때에는 무려 156억5000만 위안의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창신과기 투자자 배경도 화려하다. 국유기업인 허페이시산업투자, 안후이성 투자그룹, 중국 국가반도체 기금(2기) 등은 물론, 레노버 산하 레전드캐피털, 중금공사,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이 운용하는 윈펑캐피털, 샤오미, 텐센트 등이 투자하고 있다.
창신과기는 허페이시 정부의 전폭적 지지도 받고 있다. 허페이시가 지난해 출범한 300억 위안 규모의 '안후이성 차세대 IT산업기금' 운영을 창신과기 산하 벤처투자사가 맡고 있는 것. 창신과기가 자체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고 반도체 산업 영향력을 확대하도록 현지 정부가 지원하는 것으로 읽힌다.
다만 이러한 까닭에 최근 중국 반도체 굴기를 억제하려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제재 대상에도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블룸버그는 미국 상무부가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와 협력관계에 있는 중국 반도체 제조사를 추가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수출통제 명단(블랙리스트)에 창신메모리가 포함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 상무부 수출통제 명단에 오르면 미국 기업은 상무부 사전 허가를 받아야지만 비로소 이들 업체에 관련 부품이나 장비를 팔 수 있다. 현재 중국 최대 파운드리인 SMIC, 양쯔메모리 등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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