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가 바이오 사업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저출산과 인구 감소로 식품 총수요는 줄고 있지만, 고령화가 바이오 시장 규모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최근 글로벌 제약사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리가켐바이오)의 지분 25.73% 인수를 위한 주식대금 5485억원을 납입해 최대 주주가 됐다. 리가켐바이오는 지난 1월 오리온이 인수 계획을 밝힌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새로운 이름이다.
리가켐바이오는 의약화학 기반 신약 연구개발 회사로 항체·약물 접합체(ADC) 항암제 분야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리가켐바이오 인수로 식품·바이오 사업 두 축을 갖추게 된 오리온은 연구 개발에 집중해 신약 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도 바이오 사업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선다. 손경식 CJ제일제당 대표이사 회장은 '레드 바이오'(제약·바이오)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지난 27일 주주총회에서 CJ바이오사이언스와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 등 레드 바이오 사업과 관련해 "그룹 미래 사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 전신은 바이오 기업 '천랩'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21년 천랩을 980억원에 인수한 뒤 사명을 바꿔 사업 영역을 바이오로 확대했다. 또한 네덜란드 유전자치료제 위탁개발생산기업(CDMO)인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 지분 약 76%를 2677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CJ제일제당은 CJ바이오사이언스를 통해 면역항암 신약과제 임상 추진과 후속 파이프라인 확장, 신약 발굴 플랫폼 고도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는 차세대 바이오 신약 생산과 공급을 위한 공정개발 기술을 확보하고 다양한 CDMO 서비스를 제공해 안정적 수익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식품업계가 차세대 먹거리 한 축으로 바이오를 육성하는 이유는 '가파른 성장세'다. 특히 저출산 대비 고령화는 바이오 산업의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바이오협회의 국내 바이오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산업 매출 규모는 2018년 10조 6067억원에서 2022년 23조4657억원으로 연평균 22% 성장했다. 같은 기간 국내 시장 규모도 7조966억원에서 14조1934억원으로 연평균 18.9% 올랐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는 연구 개발에 장기 투자가 필요하고 인·허가 제도가 까다로워 넘어야 할 관문도 많다"면서도 "고령화로 바이오 사업이 식품업계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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