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는 3일 오전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간담회를 열고 '기술금융 개선방안' 발표했다. 김 부위원장은 "하락하고 있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을 이뤄내 기업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면서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의 자금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금융은 담보·매출이 부족해도 우수한 기술력이 있으면 대출 한도나 금리를 우대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지난 2014년에 만들어진 제도다. 기술금융은 약 10년간 성장해 현재 전체 중소기업 대출의 29%를 차지하고 있다. 잔액으로 보면 304조5000억원(기술신용대출)에 달한다.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최근 금융감독원·감사원의 감사를 진행한 결과 적지 않은 문제들도 드러났다.
실제 기술금융을 통해 낮은 금리의 대출을 받아도 금리인하 효과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지 않기 때문에 차주는 얼만큼 금리를 낮췄는지 알 수 없었다. 지난 2016년부터 기술평가 시 신용대출을 우대하고 있지만, 신규대출에서 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해서 감소했다. 지난 2016년 신용대출 비중은 39.7%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상반기에는 31%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은행들은 기술금융 실적을 높이기 위해 비기술기업 평가를 의뢰하거나, 실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T6' 등급 이상 대출을 평가사에게 요구했다. 은행들은 많은 기술금융 실적을 쌓으면 한국은행으로부터 낮은 금리로 자금을 제공받을 수 있다. 평가사는 은행으로부터 더욱 많은 물량을 배정받기 위해 은행의 요구에 부응했다. 예컨대 미용실이나 철물점 등과 같이 비기술기업으로도 대출이 제공되고, 기술금융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도 관대한 등급을 내어주는 허위평가도 발생했다.
금융위는 △기술금융 본연의 취지 강화 △평가의 독립성 강화 △기술신용평가 내실화 △사후평가 강화 △기술금융 규율체계 정비 등의 개선 과제를 제시했다.
앞으로 은행은 기술등급별 금리인하 폭을 내규에 반영하고, 기술 평가 시 기술등급별로 더욱 늪은 금리인하를 한 은행에게 가점이 부여된다. 기술력이 좋은 기업에게 대출을 내어줄수록 보증료 할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은행 간 금리 인하 경쟁을 더욱 유도할 수 있다. 또 신용대출 취급 비중을 높이기 위해 현행 20점의 가중치를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평가사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저가입찰 경쟁도 제한한다. 그동안 평가사 경쟁입찰 중 수수료가 큰 비중을 차지하다보니 기술평가에 대한 질적 하락도 문제가 컸다. 앞으로 은행은 기술금융 물량을 배정할 때 신용정보원의 품질심사평가 결과를 활용하도록 하고, 이를 토대로 기준을 세운다. 이때 은행들은 그간 물량배정에 핵심요인이었던 수수료를 제외하도록 하고, 평가 물량 배정 기준도 평가사에 사전 제공함으로써 투명성을 높인다. 또 비기술기업이 들어올 수 없도록 가이드라인을 정비한다.
남동우 금융위 산업금융과장은 "비기술기업이 빠지면 1년에 약 6000여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전반적인 기술금융의 양은 줄어들 수 있다"면서도 "1년에 약 30만건씩 발생하는 기준으로 보면 양적 감소 우려는 크지 않다. 되레 진짜 기술기업이 기술금융으로써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가사에 대한 기준도 강화된다. 앞으로 기술기업에 대한 평가 진행 시 현지조사를 의무화하고, 기술평가의 등급 판정 기준을 강화하는 기술평가 가이던스를 도입한다. 이를 통해 정성적인 점수를 과도하게 상향해 평가 결과를 높이는 행위를 막는다. 또 신용정보원 품질심사평가 결과를 반기마다 외부에 공시하도록 하고, 미흡한 평가사에게 대출을 내어 준 은행은 한은 금융중개지원대출에서 제외된다. 이로써 은행은 더욱 품질심사평가 결과가 우수한 평가사에게 많은 물량을 내어줄 것으로 보인다.
타인의 자격증을 도용해 비기술기업을 기술기업으로 평가하거나, 중대한 행위 규칙을 위반한 뒤에도 기술신용평가 업무를 수행하는 등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신용정보법도 개정된다. 중대한 위법행위가 확인될 경우 기술신용평가 허가 취소 등이 가능하도록 근거가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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