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시장이 호황이지만 기관투자자들이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파두 사태' 이후 공모가 거품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공모가를 최상단에 책정하고 상장 직후 차익을 보는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스팩, 이전상장, 재상장 등을 제외하고 주식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 14곳 모두 공모가 희망범위(밴드) 상단을 초과하는 가격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지난해 '파두 사태' 이후 공모가 거품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공모가는 상단을 초과한 것이다.
공모가 밴드 상단을 초과한 비중이 100%를 달성한 건 분기별로 2015년 1분기, 2021년 1분기에 이어 이번이 역대 세 번째다.
금융당국은 지난 6월 이후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 대비 최대 400%까지 오를 수 있게 했다. 1분기 신규 상장한 14개 회사의 공모에 참여한 뒤 상장 첫날 시초가로 매도만 해도 평균 수익률이 168%에 달한다. 연간 공모가 대비 시초가 수익률과 비교했을 때 역대 최고 수익을 누릴 수 있다. 지난해 평균 83.8%와 비교해도 2배 가까이 높다.
수익률이 높아지며 기관투자자들은 최대한 많은 물량을 받기 위해 수요예측에서 높은 가격을 써내고 있다. 이러다 보니 기업가치보다 공모가 자체가 비싸게 책정된다. 공모에 참여하는 기관들은 신규 상장 기업의 몸값은 높게 평가하고 있지만 성장성은 낮게 평가하고 있다.
1분기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 확약 비율은 평균 11.3%로 나타났다. 10곳 중 1곳만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기로 약속하고 공모주를 신청한 것이다. 상장 시 공모가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보고 바로 매도할 수 있도록 의무보유 확약 자체를 안하는 셈이다. 1분기 가장 최근 상장한 엔젤로보틱스와 삼현의 의무보유 확약 비율은 각각 15%, 12%에 그쳤다. 오상헬스케어의 경우 의무보유 확약 비율이 3%로 낮았다. 의무보유 확약 비율이 낮으니 상장 후 기관들의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는 일도 생긴다.
지난해부터 공모주 상장 후 주가 변동성 확대를 막기 위해 의무보유 확약 기간별로 물량 차등 배정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기관투자자들은 의무보유 확약을 걸어서 물량을 더 받는 것보다 적은 물량이라도 챙겨 상장 당일 주가가 올랐을 때 비싼 값에 매도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관투자자들이 공모 과정에 참여해 몸값을 높이고 신규 상장한 뒤 바로 현금화해 막대한 차익을 누리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은 철저하게 소외되고 있다. 지난 2월 상장한 에이피알 주식을 1주 받기 위해 투자자들은 최소 2억3600만원의 증거금을 넣어야 비례배정으로 1주를 챙길 수 있었다. 균등배정의 경우 1명당 0.06주, 즉 100명 중 6명만이 1주씩 배정 받았다.
'빈손 청약'에 그친 개인투자자들은 에이피알 상장 당일 258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평균 매매단가는 38만4271원으로 공모가는 25만원이다. 기관투자자 대비 53% 비싸게 산 셈이다. 상장 첫날 에이피알 주가는 4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현재는 25만1000원으로 공모가 수준으로 하락했다. 상장 첫날 매수한 뒤 지금까지 보유할 경우 개인투자자의 손실은 -30%에 달한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공모주 청약 열풍은 2분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3일 상장한 아이엠비디엑스는 공모가를 희망 밴드 상단을 초과한 가격에 확정했지만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3.5%로 낮았다. 아이엠비디엑스 상장 첫날 역시 기관은 353억원어치를 팔았고 개인은 444억원을 사들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 당일 수익률이 높아지다보니 기관들이 '단타'를 치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의무보유 확약이 강제도 아니기 때문에 공모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들이 상장 당일 막대한 차익을 누리고 개인투자자들에게 물량을 떠넘기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