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실적 부진의 최대 원인 중 하나로 높은 인건비가 지목됐다. 회사 성장보다 인건비 증가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영업이익률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형성됐다. 업계에선 단기간 내 인건비 부담을 크게 낮추는 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나마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활용도가 커진 건 위안거리다.
28일 한국신용평가가 발간한 '게임업계 실적 부진 원인과 향후 차별화 요인'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주요 게임사 10곳(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더블유게임즈‧네오위즈‧펄어비스‧위메이드‧컴투스)의 지난해 합산 인건비는 2019년보다 78.3%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합산 매출액이 39.9%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2배가량 빠르게 늘었다.
이로 인해 전체 매출액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부담은 2019년 23.5%에서 작년 29.9%까지 커졌다. 반면 이 기간에 영업이익률은 26.5%에서 16.5%로 10%포인트나 하락했다.
인건비는 게임사의 가장 큰 고정비용으로 꼽힌다. 우수 개발인력 보유 여부는 게임사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 요인이기 때문이다. 인건비 증가는 2021년부터 급물살을 탄 '개발자 모시기' 현상이 촉발했다. 온라인 플랫폼과 AI, 클라우드 서비스의 발달, 각 기업의 디지털전환(DX) 추진으로 국내외 개발자 수요가 급증했고, 전반적인 인건비 수준이 크게 뛰었다.
게임사들도 양질의 개발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급여를 인상하고 고용 인원수를 늘렸다. 하지만 이후 충분한 외형 성장이 수반되지 못하면서 영업 수익성이 나빠졌다. 이에 게임사들은 재작년부터 신규 채용 인원을 줄이며 인건비 관리에 나섰다. 작년 하반기부턴 메타버스(가상공간) 등 비게임 사업부를 정리하고 수익성 낮은 게임을 정리하는 등 고강도 비용 관리에 돌입했다.
이러한 기조는 올해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에만 엔씨·데브시스터즈·컴투스·넷마블 등 4곳의 게임업체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엔씨는 최근에 급기야 권고사직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게임 개발 외 지원 부서에 속한 직원을 중심으로 권고사직을 통보하고 있다.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최소 수십 명, 많게는 세 자릿수에 달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한신평은 게임사들의 이런 노력에도 신작 출시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단기간 내 인건비 수준을 크게 낮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유영빈 한신평 선임연구원은 "핵심 개발 역량을 유지하면서 비용 효율화를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라고 말했다.
다만 생성형 AI의 대중화는 인건비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AI 수준이 캐릭터·배경 삽화 작업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고도화하면서, 개발자와 삽화가(일러스트레이터)의 임금 협상력이 크게 낮아졌다. 그 결과 크래프톤·엔씨·넷마블 등 대형사의 인건비 증가세는 일단 대부분 멈춰 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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