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5개월여 남겨두고 한·미 양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 분담금 협상에 들어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 시 한국이 더 많은 분담금을 내지 않는다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미국 타임지가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달 30일(이하 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군대를 철수할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한국이 우리를 제대로 대우하길 바란다"며 "그들은 우리가 주둔시킨 4만명(실제 2만8500명)의 병력에 대해 거의 한 푼도 지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왜 우리가 다른 사람을 방어하느냐. 우리는 지금 아주 부유한 나라(한국)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라며 집권 1기 때 꺼내든 안보 무임승차론을 다시 반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이 증액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한국)은 수십억 달러를 내기로 동의했다"며 "그런데 내가 퇴임했기 때문에 그들은 아마 거의 돈을 내지 않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바이든 정부 출범 뒤 재협상을 통해 분담금을 낮췄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당시 한·미 양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급격한 인상 요구에 협상을 결론짓지 못한 상태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지난주 제12차 SMA 체결을 위한 첫 회의가 열린 뒤에 나왔다. 한·미 양국이 새 협상을 타결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 시 미국에서 새 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날 타임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시사했다(suggest)'고 적었으나 그가 직접 철수를 거론한 건 아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방위비와 관련해 한국 외에 다른 우방국들도 언급했다. 그는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 대해 "만약 돈을 내지 않는다면, 당신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서도 "유럽(분담금)이 같아지기 시작하기 전에는 (미국이) 주지 않을 것"이라며 "유럽이 돈을 안 내는데 왜 우리가 내야 하느냐"고 덧붙였다. 타임지에 따르면 현재까지 미국과 유럽연합(EU) 국가 모두 1000억 달러 이상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대만 방어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선 협상 카드를 내보이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다만 그는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할 경우에는 이스라엘을 방어할 것이라고 확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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