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연의 B스토리]1% 점유율로 기업가치 1000조 돌파한 테슬라의 기적

[사진=테슬라 공식홈페이지]

자동차 제조 기술 없이 세계 1위 자동차 브랜드 파워를 유지하는 기업이 있다.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의 1%대 점유율로 한때 1000조원(2023년 기준)의 시가총액을 돌파하며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로 불린 기업, 바로 모빌리티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는 '테슬라' 이야기다. 2000년대 초반 탄생한 테슬라는 100년 이상의 전통적 헤리티지(유산)를 자랑하는 경쟁사와 달리 제품(자동차)이 아닌 CEO 자체가 헤리티지가 된 독특한 성장 전략으로 유명하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 미국판 '봉이 김선달'로 불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스토리를 알아봤다.

◆차도 타고 돈도 벌면서 지속가능한 지구에도 기여...테슬라의 순환경제

테슬라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2003년 시작한 전기자동차 회사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회사의 최초 창립자는 마틴 에버하드와 마크 타페닝이고,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의 주요 투자자로 2004년 본격 합류했다. 회사 이름인 테슬라는 물리학자이자 전기공학자인 니콜라 테슬라에서 따왔다. 테슬라의 초창기 창립 멤버인 5인의 경영진은 모두 자동차 애호가인 동시에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해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교통수단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지금의 '일론 머스크=테슬라' 공식이 성립된 배경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경영 철학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는 2006년부터 최근까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총 3개의 마스터 플랜을 공개했다. 첫 번째 마스터플랜인 'Secret Tesla Motors Master Plan', 2016년 두 번째 마스터플랜 'Master Plan, Part Deux', 2023년 세 번째 'Master Plan Part 3'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는 '테슬라는 전기차를 통해 인류가 화석 연료에서 태양 전기경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일종의 에너지 저장 장치인 전기차를 대량 생산해 인류의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고, 대량 생산된 전기차를 통해 고도화된 자율주행 학습이 가능해지면 이동수단의 자율성이 강화된다는 게 골자다. 자율주행이 고도화되면 차량의 크기가 줄고, 운전사의 역할이 관리자로 전환돼 도시의 교통 혼잡이 개선되며,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성과 교통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일론 머스크의 생각이다.
 
이런 시스템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테슬라 사용자는 지속 가능한 소비의 핵심 유저일 뿐 아니라 부수입도 올릴 수 있다. 자율주행기능을 통해 자동차를 사용하지 않을 때에도 공유차량 서비스 등을 통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의 궁극적 목표는 자동차뿐 아니라 선박, 비행기 등도 미래 에너지로 전환해 지구를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테슬라의 연간 판매량은 지난해 180만대로, 이는 글로벌 전체 자동차 판매량(9100만대)의 1.8% 수준이다. 그런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약 774조원(8일 기준)으로, 전 세계 자동차 기업 가운데 1위다.

[사진=테슬라의 충전시스템, 홈페이지]

 ◆일론 머스크의 혁신 DNA, 인류를 홀리다

일론 머스크는 'SE(3)XY'의 앞글자를 따서 테슬라의 주요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다만 가운데 E는 포드가 자사의 전기차 이름으로 출시하기 위해 상표권을 먼저 등록한 탓에 E를 뒤집은 모양인 3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실제 테슬라의 변천사를 보면 2013년 최초의 플래그십 세단으로 모델S가 출시됐고, 2016년 보급형 준중형 세단인 모델3을 출시한 데 이어 고급 중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모델X를 내놨다. 특히 모델 X는 문이 위로 열리는 팔콘윙도어로 유명하다. 이후 2021년에는 중형 SUV 모델 Y를 출시해 글자 그대로 'SEXY 라인업'을 완성했다. 테슬라는 이 외에도 CARS 시리즈로 사이버트럭, ATV(다기능유틸리티), 로드스터, 세미트럭 등을 출시하고 있다. 
 
테슬라가 천문학적인 기업 가치를 유지하는 배경은 끊임없는 '혁신 ing'가 있다.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통해 그의 몽상을 현실로 증명해내는 일관성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2018년 테슬라의 로드스터를 팰콘 헤비로켓에 탑재해 화성으로 쏘아올린 게 대표적 사례다. 화성에 인류를 보내 식민지를 만들겠다는 '화성 식민지 독립선언', 태양광 발전을 통해 인류를 수탈 경제에서 지속 가능한 경제로 이끌겠다는 혁신, 1.1초에 187㎞를 이동하는 비행기보다 빠른 육상 교통수단 하이퍼루프를 개발하겠다는 일론 머스크의 비전은 테슬라의 혁신 과제이자 인류의 도전이기도 하다. 
 
이 같은 비전을 세상과 공유하는 테슬라의 브랜딩 방식은 전통적인 자동차 기업이 보여주는 마케팅 방식과 180도 다르다. 결국 광고비 하나 없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한 건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도전하겠다는 기업의 약속인 셈이다. 이는 '천 마디의 달콤한 말'보다 인류의 꿈을 위해 '묵묵히 전진하는 오늘'을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방증 아닐까. 수백·수천 가지의 화려한 마케팅 공식이 판치는 세상에서 기업이 잃지 않아야 할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