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배터리 과잉생산 압박에...中 '보여주기식' 규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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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4-05-0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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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배터리 생산설비 규제 가이드라인 공개

  • 배터리 성능기준↑...기술혁신·품질향상 초점

  • 2021년 버전 '재탕' 강제성·구속력 없어

  • 中, 2025년 설비가동율 35%까지 하락 예상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8일 배터리산업 규범 조건 및 관리방법초안을 공개했다 사진중국 공업정보화부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8일 '배터리산업 규범 조건 및 관리방법(초안)'을 공개했다. [사진=중국 공업정보화부]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발 과잉생산을 문제 삼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자국 리튬 배터리 업체들의 맹목적인 설비 투자에 제동을 거는 문건을 내놓았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는 3년 전 문건을 사실상 '재탕'한 것으로, 미국·EU에 보여주기식 대응을 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8일 '리튬이온 배터리 표준 조건 및 배터리 산업 표준 관리방안' 초안을 공개해 업계 의견 수렴에 돌입했다. 

이는 앞서 2021년 중국 배터리 산업 과잉생산을 제한하기 위해 발표한 문건을 한층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신규 투자·생산하는 전기차 배터리 성능에 대한 요구조건을 기존보다 높인 게 특징이다.

초안은 삼원계 배터리는 ▲에너지밀도 230Wh(와트시)/kg 이상 ▲배터리팩 에너지밀도 165Wh/kg 이상으로 제시하고, 인산철 등 기타 전기차 배터리는 ▲에너지밀도 165Wh/kg 이상 ▲배터리팩 에너지밀도 120Wh/kg 이상으로 성능을 요구했다. 

기존에 인산철·삼원계 배터리 구분 없이 모두 에너지밀도 180Wh/kg, 배터리팩 에너지밀도 120Wh/kg 이상을 요구한 것에서 한층 구체화한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삼원계 배터리 성능 조건은 기존보다 높아졌지만, 인산철 배터리 성능 조건은 오히려 낮아졌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업계 인사들이 초안에 제시한 배터리 성능 조건이 그렇게 까다롭지 않다고 진단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산 삼원계 배터리 성능은 이미 에너지 밀도 약 300Wh/kg, 인산철 배터리도 에너지밀도 200Wh/kg까지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 게다가 올 들어서는 공급과잉 상태에 빠진 중국 배터리 업계에서 생산 설비를 확장하겠다고 나서는 기업도 별로 없다고도 했다.

또 초안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성능 조건은▲에너지 밀도 155Wh/kg 이상 ▲수명은 충·방전 사이클 기준 6000회 이상 ▲용량 유지율 80% 이상으로 제시했다. 이는 기존보다 다소 높아진 조건이다. 업계 인사들은 ESS는 10년 이상 사용해야 하는 만큼 초안에서 제시한 수명과 용량 유지율 조건은 낮은 편은 아니지만, 에너지 밀도 조건은 쉽게 도달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배터리 성능 조건 이외에 초안에서 제시한 연간 매출의 3%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하고, 연간 배터리 실제 생산량이 설비능력의 50%를 웃돌고, 농지·생태구역에 건설된 공장은 통제·철거한다는 등의 내용은 이미 2021년 버전을 '재탕'한 것이다.

공업정보화부는 "초안은 배터리 기업의 단순한 생산설비 확장 움직임을 줄이고, 기술혁신과 품질 향상, 생산비용 절감 등 노력을 강화하도록 해 리튬 배터리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지원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문건은 일종의 업계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며 행정적으로 구속력이나 강제성은 없다. 중국 정부가 조건에 부합하는 기업 명단을 정기적으로 공개할 뿐이다.  특히 이번 문건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유럽 순방 기간에 나왔다. 중국발 배터리 과잉생산을 해소하라는 미국·EU의 압박에 내놓은 '보여주기식'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지난달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전 세계에 쏟아지는 중국산 배터리, 태양광, 전기차 등 신에너지 제품은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과 산업 보호정책에 따른 결과로, 이것이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자국 신에너지 산업은 우수한 혁신과 품질, 완벽한 공급망 시스템에 기대어 성장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최근 몇년간 중국 리튬 배터리 생산설비는 급속도로 팽창했다. 중국자동차동력배터리산업혁신연맹에 따르면 2025년 중국 리튬배터리 생산설비는 3000GWh에 도달할 전망이다. 하지만 지난해 6월 기준, 중국 리튬배터리 설비 가동률은 40%에 불과하며, 2025년엔 35%까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공급과잉이 심화되면서 리튬 배터리 업계 제품 가격도 추락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지난해 배터리 셀과 배터리용 리튬염 가격은 각각 50%, 70% 이상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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