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라파에서 지상전을 벌일 경우 이스라엘에 무기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한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손톱만 가지고도 싸울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네타냐후 총리는 9일(현지시간)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미 말했듯 만약 해야 한다면 우리는 손톱만 가지고도 싸울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에게는 손톱 이외에 많은 것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정신의 힘과 신의 가호로 함께 승리할 것"이라며 라파 지상전을 개시할 것임을 시사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은 바이든 대통령의 공개 경고를 무시한 것이라고 짚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대규모 공격에 나선다면,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공급 중단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 인터뷰가 처음이다.
미국 정부는 140만명 이상의 가자지구 피란민들이 밀집한 라파에서 지상전이 발생한다면 민간인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본다. 2000파운드 폭탄 1800개와 500파운드 폭탄 1700여개의 대이스라엘 선적을 일시 중단하는 등 무기 지원 중단을 앞세워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포기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미국의 지원 없이도 라파에서 지상전을 벌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우리는 라파 공격을 포함해 계획된 작전을 모두 수행할 만큼의 탄약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전 협상이 결렬됐을 가능성 역시 크다. 익명의 이스라엘 고위 관리는 이날 로이터통신에 이스라엘 대표단은 하마스의 입장에 대해 유보적인 상황으로, 카이로 휴전 회담이 끝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스라엘은 계획대로 라파를 포함한 가자지구에서 지상전을 진행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미국 ABC뉴스 역시 이집트 관리들을 인용해 하마스, 이스라엘 대표단이 휴전 협정 없이 카이로를 떠났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언제 휴전 협상이 재개될지는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다만, 백악관은 이를 부인했다.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카이로를 떠난 것은 사실이지만, 대표단의 다른 멤버들이 여전히 카이로에서 휴전을 논의 중이란 것이다.
미국 정치권은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에 양분된 모습이다. 미 공화당 의원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최우방국 이스라엘에 대한 약속을 철회했다고 비난했다. 공화당 상원 의원 10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라엘에 무기 지원을 보류하거나 제한해서는 안 된다며 바이든 행정부를 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스라엘이 방어에 필요한 무기는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커비 보좌관은 “그(바이든)는 이스라엘에 필요한 모든 역량을 계속해서 제공할 것”이라며 방어용 무기 지원은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을 환영했다.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민주당)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무수한 무고한 민간인을 죽이고 하마스의 권력에 장기적으로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는 라파 지상전을 수행하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전략적, 도덕적 이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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