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백강진·김선희·이인수 부장판사)는 오는 27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이 회장의 항소심 첫 공판 준비기일을 진행한다. 이 회장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19개에 이르는 혐의를 받았지만,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이 회장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의 핵심 쟁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비율을 산정하면서 옛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 가치를 고의로 부풀렸는지,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청탁을 했는지 등이다. 1심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고의성이 없다고 봤다. 또 청탁이 있었더라도 대통령의 권한 행사로 이 회장이나 삼성그룹이 이익을 얻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난 15일 공개된 메이슨 사건 중재판정문을 토대로 PCA 중재판정부는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과 다른 판단을 내렸다는 주장이 나온다. 1심 판결이 나오기 전 PCA가 판정을 내린 엘리엇 건에선 박 전 대통령에 관한 언급이 없었다.
국제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지난 17일 기자와 만나 "중재판정부는 명시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회장이 공모했다는 걸 인정했다"며 "검찰이 메이슨 건 판정문을 증거로 제출한다면 이재용 회장의 1심 무죄 근거가 흔들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과 이 회장은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관계였으며 이는 정부가 국민연금에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한 계기가 됐다는 게 송 변호사 설명이다.
ISDS 중재판정문에는 한국 정부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승인된 후 박 전 대통령과 이 회장 사이에 대가 관계가 발생했다며 관련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PCA는 "한국 정부가 본건 합병(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국민연금에게 어떠한 지시를 하지 않았다면 본건 합병은 반드시 부결됐을 것이므로 불공정한 비율의 결정으로 인한 나쁜 결과를 회피했을 것"이라며 '부당한 개입'을 여러 차례에 걸쳐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국민연금의 표결에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으로 개입했고 이는 메이슨이 입은 손실과 인과관계가 있다는 게 PCA가 내린 결론이다.
PCA는 "중재판정부는 국민연금이 본건 합병에 반대 표결을 했거나 기권했다면 삼성물산의 주주들이 본건 합병을 거부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한다. 국민연금의 찬성으로 합병이 승인됐다"고 적시했다.
송 변호사는 PCA 결정이 국내법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아도 2심 재판을 앞둔 검찰과 법원에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합병 의결과 면담의 시점이 엇갈리더라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회장 간) 청탁과 공동 이해가 있었고 부당한 이익이 제공됐다고 보는 많은 증거가 있다"며 "검찰이 제대로 이 회장의 혐의를 입증하려면 이 판정문을 증거로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PCA 결정을 우리 법원의 판결과 연결하는 건 무리한 해석이라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로스쿨 국제법 교수는 "우리 법원과 PCA의 사실 인정에 관한 판단이 다를 수 있고 PCA가 국내 언론의 보도 태도에 의존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삼성 ISDS 후폭풍 (上)]은 5월 20일자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무죄인데, 또 죄를 묻는다? 근거가 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