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창용 한은 총재는 부정확한 분석이 시장에 혼란을 준다는 지적에 강한 어조로 반박하며 "한은이 데이터 이야기를 안 하면 틀리지도 않고 비난도 받지 않겠지만 총재로서 '하루에 두 번 맞는 시계'가 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23일 '5월 경제 전망'에서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2월 전망(2.1%) 대비 0.4%포인트 올려 잡았다. 상향 조정의 배경은 아이러니하게도 한은의 전망을 빗나간 1분기 '깜짝 성장' 때문이다.
금리정책 결정의 핵심 변수인 경기와 물가 전망에서 오류를 범한 한은의 분석력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분기별 경제 전망을 밀어붙이겠다는 이 총재와 한은의 의지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전망이 자연과학은 아니잖나" 이창용의 '작심 발언'
전망을 자제할 것을 요구하는 시각에 대해 이 총재는 "전망이 바뀌는 일은 다반사"라고 날 선 반박을 이어갔다. 이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 경제성장률을 2.1%로 전망했다가 2.7%로 0.6%포인트 올렸고 일본은 1.2%에서 0.8%로 0.4%포인트 내렸다"며 "전망은 자연과학이 아니다"고 말했다.이 총재는 "에러(오류)가 나면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로 인해 어떻게 정책을 바꿔야 하는지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며 "8월 분기 전망은 지체 없이 더 노력해 잘 만들어 발표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 전망 정확도를 높일 방법으로는 "정부 재정지출 자료를 좀 더 빨리 받을 수 있는지 논의하고 통관은 다른 연계 자료를 볼 수 있는지, 신용카드 대신 디지털 월렛(전자지갑)을 쓰는 등 기술 진보에 따라 바뀌는 부분도 개선하려 한다"고 부연했다.
한은 조사국장 "분기 전망, 비용보다 편익 커"
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 김웅 한은 부총재보와 이지호 조사국장도 '전망 실패론'에 진땀을 뺐다. 지난 2월 시나리오 전망 당시 연간 성장률 최상단이 2.3%였는데 이를 뛰어넘는 2.5%로 재조정한 데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앞으로 한은이 내놓을 경제 전망을 믿을 수 있겠냐는 게 요지다. 다만 한은 조사국은 분기 단위 전망 발표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단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국장은 "글로벌 스탠더드로 보면 불확실성이 커도 전망 범위의 시계를 넓혀가는 게 전반적인 트렌드"라며 "(분기 단위 전망의) 편익이 비용보다 높다고 판단한다"고 맞섰다.
이 국장은 "조사국 내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서 신랄하게 정확성에 대한 의논을 했다"며 "전망의 정확도를 통화정책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1분기 GDP 전망 실패 원인은 "순수출 때문"
한편 한은은 1분기 GDP가 예상 외로 호조를 보인 게 순수출(수출-수입) 등 대외 부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수출이 생각보다 좋았다는 건 예상했지만 수입이 크게 줄고 소비가 개선되는 것은 놓쳤다"고 자인했다. 날씨가 따뜻해 에너지 소비가 줄고 반도체 투자가 지연되면서 관련 설비·장비 등 수입이 줄어든 걸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민간 소비를 포함한 내수의 경우 정부의 이전 지출 효과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정부가 보조금 등 이전 지출을 늘리면서 소비 여력이 커진 가계가 전망보다 더 소비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정부 이전 지출 자료는 (1분기 GDP 발표 전) 거의 마지막에 왔기 때문에 반영이 어려웠다"며 "자료를 좀 더 빨리 받기 위해 노력하고 다른 프록시(대리 변수)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총재보는 "중앙정부 기준 올해 1분기 정부 이전 지출은 151조원이며 지난해(134조원) 대비 17조원가량 더 늘었다"며 "이 금액이 모두 민간 부문으로 갔다고 보긴 힘들지만 소비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국장도 "2월 전망 때보다 민간소비 기준으로 0.1%포인트 정도 격차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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