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 수낵 영국 총리(보수당 소속)가 28일(현지시간) 국민연금 수급자들을 위한 24억 파운드(약 4조원)에 달하는 세금 감면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텔레그래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보도했다.
세금 감면안은 보수당과 노동당 모두를 싫어하는 회색지대 유권자들을 겨냥한 것이다. 보수당은 이를 통해 고령층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영국 총리실은 이번 조치를 통해 800만명에 달하는 연금 수급자들이 내년에 1인당 100파운드(약 17만원)의 세금 감면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세금 감면 수준은 매년 순차적으로 올라, 2030년까지 연간 약 300파운드까지 인상된다.
수낵 총리는 이날 “평생 열심히 일한 이들은 은퇴 후에도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하게 믿는다”고 말했다.
이 정책은 고령층 유권자들이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유고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70세 이상은 노동당보다 보수당을 선호하는 유일한 연령대로 확인됐다.
수낵 총리의 계획은 연금 수급자에 대한 세금 감면 수준을 연금 ‘트리플 락’(Triple Lock)에 연동해 높이는 게 골자다. 연금 인상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트리플락은 소득 증가율, 물가 상승률, 2.5% 등 세 가지 요소 중 가장 높은 비율에 따라 연금 지급액을 올리도록 한다.
수낵 총리는 이를 위해서는 2029년 혹은 2030년까지 연간 24억 파운드가 들며, 탈세 단속 등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에서는 소득세 기준액 동결로 인해 연금 수급자들이 세금을 내야 할 처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퇴직자를 포함한 모든 영국인의 소득세 납부 기준액은 1만2570파운드이며, 연간 국민연금 지급액은 현재 1만1500파운드다.
문제는 국민연금 지급액을 계속해서 높이는 트리플락으로 인해서 연금은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소득세 기준액은 최소 2028년까지 동결될 것이란 점이다. 2030년에 평균 연금액 수준이 연간 1만3227파운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약 1300만명의 퇴직자들이 2027년부터 연금 인상분에 대해 20%가량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연금 고갈 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만큼 이 정책은 젊은층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있다. 영국 정부가 트리플락을 고수한다면, 이르면 2035년부터 국민연금은 고갈될 수 있다. 영국 애덤스미스연구원은 최근 고령화 등으로 근로자 수는 줄어드는 반면, 연금 수급자 수는 늘어나 2035~2045년 사이에 국민연금이 지속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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