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로앤피] 이화영 1심 법원이 7일 ‘공’을 다른 재판부에 넘겼다. ‘쌍방울 대북송금’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관여했는지 여부는 검찰의 추가 수사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이화영 역할론’을 받아들이면서 그에게 중형을 선고해, 이재명 대표 측이 향후 검찰 수사를 방어하기 수월해진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다. 다만 9년6개월이란 실형이 향후 이화영 진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쌍방울 대북 송금은 이재명 방북 사례금”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신진우)는 이날 외국환거래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징역 9년6개월에 벌금 2억5000만원을 선고했다.이 전 부지사의 대북송금과 뇌물 수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한 결과다.
이화영 전 부지사는 2018년 7월∼2022년 7월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법인카드 및 법인 차량을 받고, 자신의 측근에게 허위 급여를 지급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억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2022년 10월 구속기소됐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에게 경기도가 북한에 지급하기로 한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달러와 당시 이재명 도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달러를 북한에 대납하게 한 혐의로 지난해 3월 추가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날 이 전 부지사가 대북송금을 공모했다는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면서 “쌍방울의 대북송금이 경기지사 방북 관련 사례금으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주도한 이는 이화영” 중형…‘이재명’ 언급 피해
재판부는 그러나 최대 관심사였던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체적 판단은 미뤘다. 재판부는 “이화영 전 부지사가 이재명 당시 지사에게 보고했는지 여부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밝혔다.재판부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이 전 부지사가 경기도지사에게 보고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지만 이 부분은 김 전 회장 행동의 동기로 평가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화영 전 부지사가 확대 개편된 평화부지사를 전담해 남북경제협력 정책 등을 도지사에 보고하는 등 포괄적이고 실질적인 업무를 했다”며 “실제 대북사업 전반에 대해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쌍방울 측이 북한에 송금한 돈은 이재명 대표의 방북 사례금으로 보이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요구해 받아낸 것은 이화영 전 부지사란 얘기가 된다.
이화영에게 징역 9년6월이란 중형이 선고된 것과 무관치 않다. 재판부는 그에 대해 “대북사업을 총괄하는 지위에 있었고 상당한 경력을 가진 공무원인데도 사기업을 무리하게 동원했고 북한에 거액의 자금을 무모하게 지급했다”고 질책했다.
■민주 ‘조작 수사론’ 힘 빠져…이재명 수사 ‘안갯속’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6월 검찰에서 이 대표에게 대북송금 사실을 보고했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검찰의 회유가 있었다며 허위 진술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올해 4월 재판 종결을 앞두고선 ‘검찰청 내에서 술판 회유를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근거로 강압 수사 자체를 수사하는 특검법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의 명분이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에서 법정에 이르기까지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비합리적인 변명으로 일관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화영 유죄 자체가 민주당의 반발 동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데엔 이견이 없다.
반대로 검찰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앞서 이 대표를 대북송금 혐의 피의자로 전환했고 두 차례 소환 조사를 벌였다. 지난해 9월에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돼 수사를 사실상 멈춘 상태다.
이날 이화영 전 부지사가 대북송금에 부당 개입한 혐의를 법원이 인정해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보고 여부가 다시 수사 대상으로 떠올랐다. 다만 이화영 전 부지사가 “보고한 적 없다”고 입을 닫고 있고 스스로 송금의 정점으로 ‘총대’를 멘 뒤 법원 인증까지 받은 형국이어서, 향후 ‘이재명 혐의 입증’은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이화영 전 부지사가 실제 중형을 선고 받으면서 이재명 대표 관련 진술을 다시 바꿀 가능성도 제기된다. 혼자 감당하기엔 9년6개월은 너무 무겁다는 현실론이다.
한편 이 전 부지사를 맡은 김현철 변호사는 "재판부가 편파적으로 증거를 취사 선택했다"며 "브라질 룰라 대통령을 부패 뇌물 사건으로 조작해 구속했던 세르지오 모루 판사가 떠오른다"고 비판했다.
※ <'이재명 3자 뇌물' 물 건너가나...영장기각 사유 보니 '이화영 1심'서 구체화> 기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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