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슬로바키아 총리가 기습 총격으로 죽음의 위기를 겨우 넘긴 가운데 덴마크 총리도 7일(현지시간) 시내 광장에서 의문의 습격을 당했다. 최근 독일 정치인도 수개월간 물리·언어적 폭력을 당하는 등 유럽 전역에서 정치인에 대한 폭력이 횡행하는 모습이다.
AFP 통신에 따르면,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7일 광장에서 기습적인 폭행을 당해 가벼운 목 상처를 입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이후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고 별다른 외상은 없다고 전한 뒤 피습 충격으로 당일 일정을 취소했다. 이튿날 그는 소셜미디어(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어제 사건으로 인해 슬프고 떨리지만, 그 외에는 괜찮다"고 말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이날 오후 수도 코펜하겐 광장에서 의문의 남성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목격자들은 돌연 등장한 범인이 총리의 어깨를 강하게 밀친 뒤 도주하려다가 검거됐다고 증언했다. 붙잡힌 범인은 이날 오후 코펜하겐 지방법원 심문을 통해 구속됐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올해 46세로 덴마크 연립정부의 최대 정당인 사회민주당 대표다. 그는 4년 전 당대표를 맡고 덴마크 역사상 최연소 총리 자리에 올랐다. 덴마크 경찰과 현지 언론은 이번 사건이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건 아니라며 정치 테러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이날 사건은 덴마크의 EU 의회 선거를 이틀 남겨 놓고 벌어진 것으로, 유럽 지도자들은 잇따라 규탄 목소리를 냈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분노한다"고 밝혔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프레데릭센 총리의 쾌유를 기원했다.
최근 유럽에서는 잇따라 정치인에 대한 피습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5일 로베르토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지지자들과 인사를 하던 도중 여러 발의 총탄을 맞았다. 가까스로 그는 목숨을 건져 최근 회복된 모습을 보인 그는 최근 영상에 등장해 이번 테러가 자신이 유럽 주류와 다른 견해를 보여 표적이 됐다고 암시했다. 다만 ABC 뉴스는 그가 피습 전 비판적 여론에 직면했던 상황을 돌파하고자 이번 사태를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프랑스에서는 지난달 노동절 행사에서 EU 의회 선거의 사회당 선두 후보인 라파엘 글루크스만이 계란과 페인트가 채워진 발사체를 투척해 보안요원들에 의해 끌려 나갔다. 극우 성향인 에릭 제모어는 지난달 초 코르시카에서 선거운동을 하다가 자신에게 달걀을 던진 여성을 폭행하기도 했다.
독일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인들이 폭력에 노출됐다. 베를린 부시장은 지역 도서관에서 열린 한 행사를 치르던 중 한 남성에게 단단한 가방으로 구타를 당했다. 앞서 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소속된 집권당 후보는 드레스덴에서 선거 유세를 하던 중 구타를 당한 뒤 수술을 받았고, 같은 날 지방선거 운동을 하던 극우 정당 후보는 칼에 찔리기도 했다. 이외에도 영국에서는 '반이민'을 내세운 나이젤 패라지 영국혁신당 대표가 출마 의사를 밝힌 뒤 밀크셰이크 세례를 당했다.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유럽 내 '극우 정치'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네덜란드의 정치 역사가 이도 데 한은 6일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유럽 전역에서 극우가 부상하는 것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폭력이 발생한 맥락에는 대부분 유럽 전역에서 강경 우파의 부상이 있다"며 사건이 발생한 슬로바키아 등의 국가는 극우파가 정부를 이끌거나, 연합정부를 구성했다고 짚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극우 정당'만의 문제라기보다 상대방을 '적대시'하는 정치 문화가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슬로바키아 총리 암살 시도는 극우 정당 지지자가 아닌 정부 정책에 불만을 품은 이가 가해자였기 때문이다. 독일 레겐스부르크 대학의 역사학자 울프 브룬바우어는 FP에 "과도한 양극화, 증오심 표현으로 가득 찬 공개 토론, 부패에 대한 비난, 정치적 반대 의견을 가진 이들에 대한 불법 행위 등"을 배경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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