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도의회 졸속·과잉 입법 남발에 대한 책임론은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일부 의원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법안을 만든 것으로 알려진 경기도의회 전문위원들에 대한 질책과 함께 '직무유기'라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만약 언론의 지적이 없었다면 이번 조례안은 그냥 통과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전문위원은 의회에 상정되는 조례안과 예산안 등 모든 안건을 미리 검토하는 게 의무 중 하나다. 그 결과에 대해서도 의원들과 공유하며 위법성 적절성 파급효과 등도 면밀히 따져야 한다. 그런 연후 발의한 의원을 통해 조례 상정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례를 보면 이런 전문위원들의 입법활동 지원은 찾아보기 어렵다. 회부된 안건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그 결과를 정리한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조차 유무가 확인이 안 되고 있어 더 그렇다. 굳이 명분을 찾는다면 대표 발의한 경기도의회 모 의원이 밝힌 것처럼 "GH에 대한 도지사의 관리·감독 미흡 등의 문제가 불거져 이를 보완하는 차원"이라는 이유뿐이었다.
경기도의회 사상 상정된 조례안의 수정 통과라는 최초의 사례로도 기록했다. 이에 대한 책임에서도 전문위원이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지방자치법 제68조에 따르면 전문위원들의 역할과 의무를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① 위원회에는 위원장과 위원의 자치입법 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지방의회의원이 아닌 전문 지식을 가진 위원(이하 "전문위원"이라 한다)을 둔다. ② 전문위원은 위원회에서 의안과 청원 등의 심사, 행정사무 감사 및 조사, 그 밖의 소관 사항과 관련하여 검토 보고 및 관련 자료의 수집·조사·연구를 한다. ③ 위원회에 두는 전문위원의 직급과 수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이렇듯 전문위원은 의원들의 입법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필수적인 직책임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넓은 의미에서 의회사무국이 의원들의 포괄적인 보좌관이라면 전문위원은 의원의 가장 가까이에서 정책 보좌관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이를 소홀히 하면 '직무유기'나 마찬가지라 지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GH 관련 조례안 수정통과'와 같은 사태가 발생한 것은 전문위원이 일부 의원들의 입맛에 맞는 짬짬이 법안 마련에 동조 또는 협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 도민들은 과거 조례 개정안이 제대로 된 법 규정을 무시한 채 마구잡이로 통과됐다는 의심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위원은 신분상 구분은 있지만 공무원이다. 공복으로서 성심을 다해 일을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새로 상정될 조례에 대해 국회 및 국회입법조사처와 법조계의 판례, 학술논문까지 샅샅이 뒤져가며 자료조사에 나서야 하는 책무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래야 옥상옥(屋上屋) 조례제정을 막고 법적 충돌도 피할 수 있다. 아무튼 이번 'GH 준법감시위원회 조례안' 수정 통과를 계기로 도의회 전문위원들의 각성(覺醒)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수정안이 통과된 만큼 더 이상의 논쟁이나 뒷말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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