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로 가구 수 감소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신규 주택 공급을 확대하면 부동산 시장을 위축시키게 된다."
김남정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은 25일 아주경제신문 주최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4 부동산 정책포럼’에 주제발표자로 나서 인구통계학적 관점에서 향후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고 이같이 강조했다.
김남정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주요국보다 한국 합계출산율이 더욱 극적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평균 출산율은 1960년 4.7명이었으나 2021년 2.3명으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출산율도 3.92명에서 1.58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한국 출산율은 1960년 5.95명으로 글로벌 평균치를 크게 상회했으나 2021년에는 0.81명으로 평균치를 크게 하회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출산율 하락과 더불어 고령자 비율이 급등할 것으로 관측된다. 2070년이면 국내 고령인구 비중이 46.%에 달해 우리보다 초고령사회 진입이 앞섰던 일본(38.7%)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서울 도봉구·강북구 중위연령은 지난해 각각 49.6세와 49.5세에서 2040년엔 각각 58.2세와 57.5세로 급격히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김 수석연구원은 "이 같은 저출산·고령화 현상은 모든 선진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지만 한국은 충격을 완충할 수 없을 정도로 유례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미 예측된 문제라고 낙관하기에는 너무나 변화 속도가 빨라 큰 충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인구통계학적 요인을 감안하면 향후 부동산 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다만 정부 정책과 경제 상황, 사회 흐름을 보면 부동산 시장 위축을 최대한 지연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년 연장, 재산세·종합부동산세 세율, 금리와 물가 상황에 따라서 고령층 수입이 늘어나 부동산 시장 위축도 늦춰질 것으로 봤다.
문제는 정부가 현재와 같은 신규 주택 공급 위주 정책을 유지했다가는 향후 부동산 시장 위축이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구 수 감소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주택 수를 더욱 늘리는 정책은 부동산 시장을 붕괴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에 김 수석연구원은 신규 주택 공급보다는 재개발·재건축·도시재생으로 주거 이동 활성화를 통해 내 집 마련 수요를 유지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재개발·재건축·도시재생을 통해 아파트·교통편의 지역으로 이전 희망 수요가 발생하도록 정책을 집행해 질적 측면으로 부동산 시장 패러다임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김 수석연구원은 "전체적으로 공급을 늘리지 않는 상황에서 아파트·서울 선호 등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주거 이동이 활성화하고 부동산 시장 위축을 최대한 지연시킬 수 있다"며 "신규 주택 공급 방식을 지양하고 재개발·재건축·도시재생으로 정책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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