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하반기 정기인사를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 통상 연말에 대규모 승진·전보 인사가 있고 7월엔 일부 이동만 있는 편인데 올해는 승진과 이동 규모가 생각보다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은 7월 1일부터 중순까지 부장급 이상, 팀장급 이하 인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예년과 달리 성과주의에 기반한 중폭 인사가 예상된다.
우리은행은 영업력과 직무역량이 뛰어난 프라이빗뱅커(PB)와 기업금융전담역(RM)에게 점포 선택권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우수 지점장에게 자신이 가고 싶은 점포를 선택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한 이후 범위를 확대했다. 관리자급 직원을 대상으로는 '셀프 승진추천제'를 도입해 자신감과 책임감을 갖고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한다.
이와 별개로 1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한 본부와 지점에 대해선 '물갈이 인사'로 쇄신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보통 영업점은 한 해 실적으로 성과를 평가하기 때문에 7월 인사가 많지 않은 편이지만 이번엔 긴장감을 높이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서라도 징벌적 전보 인사와 대규모 순환근무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
신한은행은 이례적으로 하반기에 지점장급 승진 인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점포 통·폐합 가속화와 높은 간부 비중으로 인사 적체가 심화되고 있는 만큼 내부 사기를 높이고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 '승진 카드'를 꺼내들었다. 뛰어난 성과가 있는 지점장이 전면 배치되는 만큼 그간 실적이 저조했던 지점장은 후선으로 이동하게 된다.
하나은행도 소폭 승진 인사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순이익을 기록한 뒤 대규모 승진 인사를 단행했고, 올해도 노조를 중심으로 내부에선 작년과 비슷한 규모로 승진 인사를 요구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보통 7월 인사에서 육아휴직과 퇴사 등으로 공석이 된 자리를 채우는 수준으로 인사를 실시한다. 올해도 전년과 비슷한 규모로 인사가 진행될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 개편은 아직 구체적인 방향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은행의 올해 공통 목표가 조직 내실화인 만큼 대대적인 변화보다 효율성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 현장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 영업조직을 재정비하고, 디지털 금융 부문에서 실행력을 높일 조직 운용이 요구되고 있다.
은행은 정기 인사와 조직 개편을 마무리하는 대로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하반기 경영의 고삐를 죌 계획이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국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어 상반기 문제점과 향후 영업 전략을 고민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간 시중은행 인사는 호봉제를 중심으로 7월 일부 이동, 연말 대폭 승진 방식으로 고정돼 있었는데 최근 들어 특별승진이나 원포인트 인사 등 방식으로 기조가 변하고 있다"며 "더 이상 보신주의 영업행태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