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27일(현지시간) 90분간 진행된 첫 대선 TV토론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81)의 토론 실력은 기대에 못 미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78)의 능수능란한 거짓말 공격에 내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고령 논란을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논쟁거리로 만들었다.
트럼프는 위풍당당 거짓말, 바이든은 내내 불안
뉴욕타임스(NYT),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두 전·현직 대통령은 토론 내내 낙태, 이민, 경제, 두 개의 전쟁, 심지어 골프까지 여러 주제를 두고 난타전을 벌였다.비방과 모욕을 주고받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일 허풍을 떨며 당당함을 유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토론 내내 포커페이스를 유지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토끼눈이 되거나, 발언 도중 침묵하는 등 토론에 집중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더구나 바이든 대통령의 목소리가 완전히 쉰 데다가, 토론 첫 30분 동안 여러 차례 말을 더듬기까지 했다. NYT는 “트럼프는 강력한 에너지로 공격적인 태도를 유지했다”며 “바이든은 내내 방어적인 자세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백악관 보좌관들은 토론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감기에 걸렸다며 컨디션 난조를 부각하려 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제 등 모든 이슈에 대해 불법 이민자 문제를 꺼내며 거짓말로 일관했다. 그는 이민자들이 범죄를 일으킨다거나 민주당이 영아 살해를 지지한다는 식의 거짓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럴 때마다 바이든 대통령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반박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두 후보는 토론 전후로 악수나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또한 서로를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칭했다. 바이든은 트럼프를 ‘루저’와 ‘투덜이’라고, 트럼프는 바이든을 ‘재앙’이라고 불렀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은) 중국에서 뒷돈을 받았다. 중국 후보나 마찬가지다"라거나 "팔레스타인 사람도 바이든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약하기 때문이다"라는 식의 인신공격을 이어갔다.
하물며 둘은 골프로도 논쟁을 벌였는데, 트럼프는 본인이 바이든보다 공을 더 멀리 날린다고 자랑했다. 이에 바이든은 “내 가방을 들고 다니면 기꺼이 (전 대통령과) 골프 쳐주겠다”고 응수했다.
민주당 "젊은 후보로 교체해야"…60% 이상 트럼프 勝
로이터는 "이번 토론은 81세인 바이든 대통령이 4년 임기를 더 수행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다는 유권자들의 우려를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하물며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후원자 중 한 명은 바이든 대통령이 ‘자격 미달’ 수준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8월로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 전에 바이든 대통령이 대권 후보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토론이 시작되자마자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을 주고 받으며 "지금이라도 젊은 후보로 교체해야 한다"고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은 논란을 잠재우고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출격시켰다. 해리스 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90분 동안의 일을 밤새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지난 3년 반 동안의 성과를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토론이 아닌 바이든 행정부의 성과를 봐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토론 직후 CNN이 실시한 유권자 대상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7%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토론에서 승리했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겼다고 답한 응답자는 33%에 그쳤다. 하물며 정치 베팅 사이트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은 급락했다.
매트 그로스먼 미시간주립대 정치학과 교수는 “바이든은 나이가 많고 목소리가 쉬었으며, 마지막 선거 때보다 일관성이 부족해 보였다”며 트럼프는 기존 지지자들을 붙잡는 수준이었으나, 바이든은 기존 지지자들마저 이탈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평했다.
바이든의 대체 후보로 거론되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바이든 대통령을 절대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며 후보 교체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나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앤드루 양은 “민주당은 다른 후보를 지명해야 한다”고 소셜미디어에 글을 썼다.
민주당 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권 도전을 막을 이가 누구냐는 논의까지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척 슈머 상원의원,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 민주당 원로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꿈을 단념시켜야 한다고 했지만, 그들 중 누구도 나설 징후는 없다. 더구나 질 바이든 여사가 아니고서는 바이든 대통령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문제는 다음 토론이 9월에 예정돼 있다는 점”이라며 “앞으로 수개월 동안 회복할 기회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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