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번스의 '굴복' 볼커의 '집념'…한은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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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4-07-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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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째, 인플레이션 완화는 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필수적인 기초다.

    정부·여당은 '선제적 금리 인하'를 띄우며 한은을 강도 높게 압박하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위 위원장,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잇따라 조기 금리 인하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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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볼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오른쪽이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폴 볼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오른쪽)이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첫째, 인플레이션 완화는 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필수적인 기초다. 둘째, 중앙은행이 충분한 신뢰를 얻고 끈기를 보여준다면 인플레이션을 낮은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앙은행이 신뢰를 얻기 위해선 정치 압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한 채 통화정책을 운용할 자율권을 지녀야 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12대 의장 폴 볼커의 1990년 9월 워싱턴 강연 내용이다. 볼커는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인플레이션과 싸움에서 승리한 승리자이자 유례 없는 호황을 이끌어 낸 주인공이다. 초고금리 정책을 펼쳤던 볼커는 살해 위협을 받을지라도 물가를 잡겠다는 집념으로 굽히지 않았다.

볼커와 대비되는 연준 의장이 한 명 있다. 10대 의장 아서 번스다. 정치적 상황에 휘둘려 나라 경제를 휘청이게 한 그에겐 '역대 최악'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번스는 경제가 나빠져 정치권 압박이 있을 때마다 기준금리를 끌어내렸다. 

1972년 재선을 앞둔 닉슨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종용하자 1년 만에 기준금리를 5% 가까이 내린 게 대표적이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무시한 채 통화정책을 운용한 결과 인플레이션이 10%대에 머물거나 전대미문의 스태그플레이션을 맞았다. 뒷감당은 미국인들의 몫이었다. 

최근 정치적 외압에 둘러싸인 한국은행을 보면 볼커와 번스가 떠오른다. 정부·여당은 '선제적 금리 인하'를 띄우며 한은을 강도 높게 압박하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위 위원장,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잇따라 조기 금리 인하를 주장했다. 여당은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에 한은 부총재를 불러 통화정책을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회 본회의와 겹쳐 특위가 미뤄지긴 했지만 시장은 금리 인하 기대감에 부풀었다. 지난 28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3.8bp(1bp=0.01%포인트) 내린 연 3.182%에 장을 마쳤다. 

정치권 압박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한은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에 송언석 의원이 선임된 건 상징적이다.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정부·여당 입김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한은은 통화정책을 '천천히 빠르게'(Festina Lente) 운용하며 스스로의 속도로 피벗의 길을 나아가겠다고 천명했다. 시장과 정치권의 기대를 저버려야 할 수도 있다. 번스처럼 굴복할 것인가, 볼커처럼 집념의 승리를 이룰 것인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는 오는 11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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