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토론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지자, 월가는 지난 주말부터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돌입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출마 포기 선언 등에 대비해 글로벌 투자자들이 달러 등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주 TV토론은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 운명뿐만 아니라 미국 국채 시장도 뒤흔들었다.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토론 이후 20bp(1bp=0.01%포인트)나 올랐다.
펀드매니저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에 따른 리스크에 대비해 달러 등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모습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정지출 확대 및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달러 및 미 국채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또한 규제 완화로 은행주·헬스케어주·에너지주가 상승세를 보일 수 있다.
특히 달러 초강세는 불가피하다는 게 월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대적인 감세와 더불어 중국산 제품에 60%, 그 외 나라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안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공약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5회나 더 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이스 창 JP모건 전략가 역시 “관세 부과 및 이민 강경책은 더 높은 인플레이션, 더 강한 달러 관측을 키운다”고 짚었다.
또한 펀드매니저들은 장기국채 금리 상승에 대비해 단기채를 매수하고 장기채를 매도하는 식으로 국채 금리 움직임에 대응하고 있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시 규제 완화도 기대할 수 있다. 공화당은 통상 민주당보다 친기업적 성향을 보여왔다. 보험사인 유나이티드헬스그룹과 휴마나를 비롯해 은행들은 규제 완화의 혜택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또한 캐피털원의 디스커버 파이낸셜 서비스의 인수가 매끄럽게 진행될 것이란 기대에 두 회사의 주가는 최근 오름세를 보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에너지 측면에서는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보다 석유 등 화석 연료를 선호한다. 옥시덴털 페트롤리움 등 에너지주가 상승세를 보인 이유다. 또한 강경한 이민정책이 예상되는 가운데 민영교도소 회사인 지오그룹(GEO Group) 주가도 올랐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은 미-중 긴장을 자극시켜 아시아 증시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 토모 키노시타 인베스코 자산운용 전략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중국 주식 시장이 악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중국 시장 노출도가 큰 일본 기업의 주식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가상화폐업계는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이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가상화폐 업계 임원진들과 만나 향후 모든 비트코인 채굴은 미국 내에서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가상화폐업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위원장에 현 위원장인 게리 겐슬러보다 더욱 업계 친화적인 인물을 임명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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