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노트] 제주맥주, 냉동김밥 인수 소식에 출렁이는 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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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준 기자
입력 2024-07-1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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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가 테마에 편승 시도 의혹

사진제주맥주
[사진=제주맥주]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는 제주맥주가 냉동김밥 업체를 인수한다는 소식에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습니다. 냉동식품 사업 진출이 회사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여전히 좋지 않은 재무구조에 대한 불안감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습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제주맥주는 전 거래일 대비 20.29%(355원) 내린 1395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전날인 15일에도 주가는 4.99% 하락했습니다. 제주맥주의 주가는 냉동김밥 관련주로 편입된 이후로 상승분을 반납하고 있습니다. 제주맥주가 김밥 업체를 인수할 수도 있다는 소식이 여의도 증권가에 처음 확산된 지난 11일, 주가는 16.08%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이어 다음 날인 12일에도 주가는 14.41% 상승 마감했습니다.
 
제주맥주는 지난 15일 냉동식품 제조 및 무역 기업 에이지에프의 주식 2만1052주를 약 80억원에 취득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제주맥주 측은 이번 지분 인수 계약 이후로 회사 측 인사들이 에이지에프 이사회에도 합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냉동김밥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입니다. 에이지에프는 미국 대형 유통마트에 납품되어 품절 대란을 일으킨 냉동김밥 '바바김밥'을 만든 올곧의 모회사입니다.
 
올해 들어 'K-김밥' 열풍에 주식 시장에 사조대림, 우양, CJ씨푸드 등 관련주가 일제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현재 냉동 김밥은 북미 시장에서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4월 냉동김밥 수출 금액은 약 605만 달러로 전년 대비 531.5% 급증했지만 수출 성장세가 가팔라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제주맥주의 행보가 신뢰할 만하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달만 해도 최대주주가 바뀐 지 한 달 만에 호재성 발표로 주가를 띄운 후, 갑작스럽게 80% 비율의 무상감자를 발표해 논란을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무상감자를 결정한 기업은 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이거나 자본잠식 직전인 경우가 많습니다. 제주맥주를 살펴볼까요? 2023년 말 기준 제주맥주 결손금은 867억원으로 22% 자본잠식 상태입니다. 자본잠식률 50%를 넘어서거나 자기자본이 10억원 미만으로 감소하면 관리종목, 자본전액잠식 상태가 되면 상장폐지가 될 수 있습니다.
 
제주맥주는 올해 1분기에도 10억6000만원 적자를 내며 관리종목 지정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었습니다. 무상감자를 통해 제주맥주의 자본금은 292억원에서 58억원으로 줄었고 부분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게 됐습니다.
 
무상감자로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날 정도로 재무상황이 좋지 않던 제주맥주가 어떻게 에이지에프에 투자했는지 알기 위해서는 제주맥주의 내부사정을 자세히 살펴봐야 합니다. 올해 들어 제주맥주는 전환사채(CB), 유상증자,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손을 벌리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 제주맥주는 200억원 규모의 무보증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했습니다. 회사는 이 발행을 타법인 증권의 취득자금 100억원과 운영자금 100억원 조달 목적으로 진행했습니다. 타법인 증권의 취득자금 100억원으로는 에이지에프의 지분을 취득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지난 5월에는 제주맥주가 7월 30일에 수옹투자조합을 대상으로 2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할 예정임을 공시했습니다. 이 CB가 1년 뒤에 보통주로 전환될 경우 지분율은 26.37%에 달합니다. 현재 최대주주인 더블에이치엠의 지분율은 6.83%입니다.

같은 날에 제주맥주는 지와이투자조합을 대상으로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진행했습니다.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최대주주는 더블에이치엠에서 지와이투자조합(지분율 13.72%)으로 변경됩니다. 문제는 더블에이치엠이 지난 3월에도 지와이투자조합에 1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자금 납입이 지연되어 납입일이 7월 30일까지 연기된 상태입니다.
 
제주맥주의 경영권이 누구에게 넘어갈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최대주주가 김밥 사업에 진출할 계획을 밝힘으로써 투자자들은 제주맥주가 명확한 전략보다는 화제성 테마를 통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제주맥주의 향후 경영 전략과 재무 건전성을 신중히 분석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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