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10대 4명 중 3명이 한국 패션을 참고할 만큼 일본에서 'K-패션'의 영향력이 대단하다. 특히 K-팝의 꾸준한 인기를 배경으로 'K-콘텐츠'는 일본 젊은 층의 일상이자 문화가 된 지 오래다.
지난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내 한국 문화의 존재감을 집중 조명하며, 이러한 배경에는 K-팝 아이돌이 큰 인기를 얻으며 파급력을 보이고 있는 원인이 있다고 전했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이용률이 특히 높은 한국 소비자들의 실시간 평가 속에서 살아남은 상품 및 서비스가 K-팝 스타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구조라는 설명도 더했다.
일본 패션 쇼핑몰 사이트 '라쿠텐 라쿠마'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본 10대 4명 중 3명이 한국 패션을 참고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10대 여성의 경우 조사가 시작된 2016년 이래 8년 연속으로 한국이 득표율 70%대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닛케이는 한국 상품과 서비스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한국에서 인기를 얻은 것들은 이미 검증이 됐다는 평가를 받아, 일본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지갑을 여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증명하듯 한국에서 인기를 끈 상품은 일본에서도 동시에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최근 일본에서는 K-팝 가수 '아이브' 등 걸그룹 멤버가 착용한 '사각 금속 프레임 안경'이 인기몰이 중이다. 올해 2~3월부터 일본 각지의 안경점에 사각 금속 프레임 안경에 관한 문의가 급증했고, 안경 판매 수량 역시 늘었다.
일본 안경 브랜드 'JINS'의 전 지점과 온라인 몰에서 사각 금속 프레임 안경 22종의 판매량을 산출한 결과 5월 기준 해당 상품을 구매한 20대 여성은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3.2배 증가했다. 이전까지 사각 금속 프레임 안경은 주로 중년 남성이 구매하던 것이었지만, 이 안경이 젊은 층의 인기를 끌면서 여성 구매자가 갑자기 늘어난 것이다.
또 다른 한국발 유행 상품으로는 '무선 헤드폰'이 있다. 2000년 전후를 즈음해 한때 일본에서 유행한 패션 아이템이었지만 K-팝 아이돌이 SNS상에 착용샷을 올리면서 재유행하고 있다. 젊은 층의 소비 패턴을 조사하는 마케팅업체 '시부야109랩'이 매해 15~24세 여성 5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하는 '트렌드 대상'에 지난해 패션트렌드 2위로 '헤드폰 코디'가 올랐을 정도다.
실제 소니의 무선 헤드폰의 판매가 2022년께부터 호조를 보이기 시작했는데 2023년에는 전년 대비 30% 이상 판매량이 늘었다. 도쿄 긴자에 있는 소니 스토어에는 지난해부터 매장에 '헤드폰 패션'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전신 거울을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름철 무더위 대책 용품으로 자리 잡은 '휴대용 손 선풍기'도 2017년 무렵부터 일본에 퍼졌는데 이것 역시 계기는 K-팝 아이돌이었다.
또한 최근 일본 10대 사이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한국발 브랜드는 '무신사'다. 도쿄 소재 사립 여대 3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옷은 대부분 무신사 온라인 스토어에서 구입한다"고 말했다. 무신사는 올해 초에도 일본 팝업스토어를 통해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국내 24개 브랜드와 다양한 K-콘텐츠를 선보였는데, 무신사 앰배서더이자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뉴진스'의 4컷 포토존 및 증강현실(AR) 필터를 설치하기도 했다.
한편 올해 1~5월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한국인은 373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2023년에도 한국인 관광객 695만명이 일본 땅을 밟아 전 세계 국가 및 지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일본으로 여행을 가는 한국인 관광객도 많지만 올해 1~4월에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도 89만명에 이른다. 닛케이는 한·일 간 상호 교류가 긴밀해질수록 일본 젊은 층이 한국을 패션 아이콘으로 인식하는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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