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갑자기 쏟아지다가 금세 찌는 듯한 무더위가 이어지는 등 '극한 날씨'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국 곳곳에 비 피해가 발생하는 동시에 폭염 특보까지 내려져 재난 관리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박모씨(29)는 "비가 내릴 땐 예고 없이 속옷이나 양말까지 젖을 정도로 내리다가 다음날엔 폭염예보라고 재난문자가 온다"며 "사우나에 우산 들고 돌아다니는 기분이 들 정도로 날씨가 극단적"이라고 말했다.
올 장마는 비가 며칠째 이어지던 예년과 달리 짧게 폭염과 폭우가 반복되는 게 특징이다. 기상청은 중국 내륙에서 발생한 저기압과 장마전선이 겹치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저기압이 정체전선을 끌어올리면서 폭우가 발생하고 이후 저기압이 동해 쪽으로 빠져나가면서 폭염이 나타나는 양상이 반복된다는 설명이다.
전국 곳곳에서 7월 기준 일 최대 강수량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17일 경기 파주는 일 강수량이 385.7㎜로 관측을 시작한 2001년 이래 7월 중 가장 많았다. 남부 지방도 지난 8일 경북 안동과 상주 지역 일 강수량은 각각 211.2㎜와 196.1㎜로 집계돼 역대 7월 중 하루 동안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올해는 짧은 시간 강한 비를 퍼붓는 ‘극한 호우’가 많았다. 올여름 시간당 100㎜ 강수는 벌써 8차례 발생했다. 지난해 시간당 100㎜ 폭우는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미 이번 장마철에 500㎜ 넘는 누적 강수량을 기록한 지역도 나오고 있다.
호우로 인한 비 피해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23일 새벽 강원과 경기·인천 지역을 중심으로 강풍을 동반한 많은 비가 내리면서 도로와 주택이 침수되고 주민들이 고립되기도 했다. 충남 서산·당진, 강원 철원·평창, 경기 연천 지역에는 산사태 예보가 내려져 산림당국이 주의를 당부했다.
또 같은 날 집중호우로 한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서울 잠수교와 올림픽대로 여의상류IC는 차량 통행이 통제됐다. 간밤에 내린 비로 팔당댐 방류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후 1시간 10분 만인 오전 11시쯤 통제가 해제됐다.
반면 비가 내리지 않는 남부 지방에는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23일 오전 10시 기준 삼척, 하동, 합천, 울산 등에 폭염경보가 발효됐다. 폭염경보는 일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이상,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무더위에 중대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때 내려진다.
제주 지역에는 이달 2일 올해 첫 폭염특보가 내려진 이후 14일이나 폭염특보가 발령됐다. 이날까지 8일째 이어지며 야외활동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제주 동부는 폭염경보가 지난 17일 이후 계속되고 있는 상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1일 폭염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에서 경계 단계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아울러 행안부는 관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폭염 비상대응체계 강화와 고령층·농어업인·현장근로자 보호활동 강화 등 폭염대책을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올해 들어 발생한 온열환자도 이미 58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올해 기후 변동이 심한 상태에서 호우로 인한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주민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며 "폭염 시 외부 활동을 줄일 수 있도록 지자체별로 홍보를 한다거나 드론 등을 이용한 예찰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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