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 도전을 포기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후보직 사퇴 결정이 세대교체를 통해 국민 통합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며,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지지를 호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저녁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11분간 대국민연설을 진행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연설은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 사퇴를 결정하고, 해리스 부통령을 대안 후보로 내세우고 난 이후 첫 공개석상 발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새 세대에 횃불을 넘기는 것이 전진을 위한 최선의 길이라고 판단했다"며 "그것이 우리나라를 통합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자리(대통령직)를 존중하지만, 저는 제 나라를 더 사랑한다"라며 미국의 새로운 세대 리더십이 이끄는 "새로운 목소리, 신선한 목소리, 더 젊은 목소리"가 필요한 때라고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재확인했다. 그는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경험이 풍부하고, 강인하며, 유능하다"며 "이제 선택은 여러분, 미국 국민에게 달려있다. 여러분이 그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는 이날 연설 뒤 엑스(X)에 자필 메모를 올리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자에 감사를 표하며 "이제 카멀라를 신뢰할 때"라고 전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의 유세를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밝힌 바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29일 바이든 대통령은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린든. B. 존슨 전 대통령 도서관에서 연설이 예정되어 있어 본격적으로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촉구할 지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정부 시스템에 대한 '신뢰'와 '칭송'을 보냈다. 그는 본인이 과거 '말더듬증'에 시달렸음에도 대통령이 됐다며 이렇게 기회가 주어지는 나라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저는 여기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위대함은 왕과 독재자가 통치하지 않고 국민이 통치한다는 데 있다"면서 "역사가 여러분의 손에 있고, 권력이 여러분의 손에 있으며, 미국의 이상이 여러분의 손에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건강 문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으며 남은 임기 동안의 국정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앞으로 (퇴임까지) 6개월 동안 나는 대통령으로서 내 일을 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공화당 측에서 제기한 대통령직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또한 "열심히 일하는 가정들을 위해 (생활) 비용을 계속 낮추고 우리의 경제를 계속 성장시킬 것"이라며 자신의 남은 소임을 거론한 뒤 "나는 투표권부터 선택권까지 우리의 개인적 자유와 시민의 권리를 계속해서 수호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한편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을 즉각 평가절하했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부패한(Crooked) 조 바이든의 오벌 오피스 연설은 이해하기 힘들고 너무 별로다"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개별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조기 사퇴 요구가 제기되는 등 권력 누수(레임덕)가 본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에서 휴전안 협상이 진전될지 주목된다. 이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본인의 정치적 유산을 남기려는 목표로 네타냐후 총리에게 휴전 협상에 임하라고 더 강하게 요구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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