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트럼프 J.D.밴스의 아메리칸 드림 ⑤] 트럼피즘 전환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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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4-07-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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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밴스 지명은 공화당 트럼피즘 수용 방증

  • 볼턴 "트럼프·밴스, 순망치한…국가안보에 재앙"

  • 외교 고립주의·보호무역주의 심화 전망

JD밴스 사진AFP 연합뉴스
J.D.밴스 상원의원[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J.D. 밴스 상원의원을 선택한 것은 미 공화당의 트럼피즘(트럼프 주의) 전환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과거 작은 정부, 자유시장 경제, 강한 군사력 및 외교 개입 등으로 대표됐던 공화당은 이제 미국 우선주의, 보호무역, 강경한 외교 등으로 상징되는 트럼피즘으로 노선을 선회했다. 트럼프보다 더 트럼프다운 밴스의 등장은 트럼프 2기가 초강력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을 내세울 것이란 점을 보여준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당시 독실한 복음주의 기독교 신자인 마이크 펜스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했다. 펜스는 사회적·재정적 보수주의자로, 공화당의 전형으로 통했다. 펜스는 당시 아웃사이더로 통했던 트럼프가 전통적 공화당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전략적으로 선택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밴스는 펜스와 결이 완전히 다르다. 밴스는 자유무역·대기업·빅테크를 악마화하며 큰 정부를 주장한다. 러시아와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도 거부한다. 어떤 면에서는 트럼프보다 더 극단적이다. 밴스는 2022년에 “우크라이나에 어떤 일이 일어나든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며, 올해 초 ABC뉴스 인터뷰에서는 “나는 2021년 1월 6일에 펜스와 다르게 행동했을 것”이라며 트럼프의 대선 불복 시도에 동조했다. 2021년 1월 6일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에 불복해 미국 국회의사당을 습격한 날이다.
 
이러한 밴스가 러닝메이트가 됐다는 것은 트럼프가 공화당의 기득권이 됐다는 점을 방증한다. 펜스 같은 전통적 보수주의자 없이도 충성파들과 함께 공화당을 이끌며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인 셈이다. 일부 외신은 밴스 지명을 통해 공화당에 트럼피즘이 완전히 뿌리내릴 것으로 봤다.
 
트럼프 당선 시 밴스는 외교 분야의 공격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유럽 등 미국 동맹국은 트럼프의 밴스 선택에 경악했다. 공화당이 올해 우크라이나 지원 법안에 동의하면서, 일부 동맹국은 트럼프가 고립주의 외교정책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밴스 지명으로 이러한 희망은 완전히 산산조각났다.  

밴스는 2월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미국을 포함한 동맹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배울 게 없다"면서 미국 상원의원 양당 대표단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회의에 불참했다. 이에 젤렌스키는 “밴스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신이 당신의 영토에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축복하길 바란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않았다.
 
밴스는 미국이 유럽에서 손을 떼고 ‘진짜 문제’인 중국과의 대결에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러시아보다 중국이 더 위협적이라는 생각에는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가 동의하지만, 민주당과 공화당 온건파가 러시아 역시 위협이라고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시각이다.
 
트럼프 정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존 볼턴은 텔레그래프지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와 밴스는 중국 공산당과 북한 공산당처럼 ‘순망치한’(lips and teeth)의 관계라며, 트럼프의 밴스 지명을 비판했다.
 
볼턴은 대통령이 주요 결정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대화하는 부통령 자리에 밴스가 앉는 것은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가 정책이나 인사 결정에 있어서 ‘예스맨’만 원한다는 것이다. 볼턴은 “밴스는 지난 2년간 트럼프의 이너서클에 들어가기 위해 트럼프 정책을 채택했다”며 충성파 밴스가 트럼프의 극단성을 누그러뜨리길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공화당 경제 정책에서도 변화가 일고 있다. 자유시장을 중요시했던 공화당은 이제 무역 긴장, 대기업 조사 등 경제적 포퓰리즘을 수용하는 모습이다. 밴스는 실리콘밸리 부호 피터 틸을 비롯해 스티브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 헤지펀드 억만장자 빌 애크먼 등 재계 거물들의 막대한 자금으로 굴러가는 트럼프 선거 캠프에 정식 합류했으면서도, 러닝메이트 지명 수락 연설에서 월가와 기업을 강도 높게 공격했다. 또한 밴스는 빅테크 반독점 정책을 지지하는 등 대형 기술 기업에 대한 규제를 주장한다. 다만, 트럼프 충성파인 밴스는 트럼프와 다른 견해를 강하게 드러내지 않을 것이란 게 외신의 대체적인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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