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올해 하반기 코스피가 3000선을 넘어 3200선에 도달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놨지만 그저 낙관론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8월 코스피 등락범위(밴드)를 2600~2930으로 제시했다. 대신증권 2680~2930, 상상인증권 2600~2850, 신한투자증권 2650~2850, NH투자증권 2680~2880 등이다.
'삼천피'를 언급해 온 증권사 하반기 전망 보고서가 무색하게 이달 코스피지수는 장 중 2700선까지 밀렸다. 지수는 장 중 2896선까지 오르다 2900선 코앞에서 미끄러진 뒤 2800선도 회복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직 하반기가 끝나기까지 4개월가량 남았지만 코스피 조정 폭이 예상보다 깊다는 점은 증권가의 장밋빛 전망에 대한 의구심을 키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은 한 달 전에도 이미 나오고 있었던 만큼 '트럼프 트레이드'라는 변수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앞서 증권사들은 하반기 반도체 업종이 지수 상승을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과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무역 제재 강화로 인해 가장 타격이 큰 업종도 반도체로 꼽힌다.
NH투자증권은 8월 증시 전망에서 "트럼프 탠트럼(발작)이 앞당겨진 가운데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로 한국의 중국향 반도체 수출이 상실된다면 일평균 수출액 고점은 이미 6월에 달성한 것"이라며 "코스피의 상승세는 끝났을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미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커지고 있지만 이미 시장에는 선반영돼 왔다. 3200선까지 오르기 위해서 코스피는 15% 넘게 상승해야 한다.
8월 전망을 두고도 증권사들은 상반되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8월이 국내외 경기·실적 펀더멘털(기초여건) 관련 호재 공백 구간 진입으로 관련 파장을 상쇄할 완충 기제가 마땅치 않다는 사실"이라며 차익실현 압력과 경계감이 가중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8월 미국 투자심리 과열 해소·완화는 국내 증시 수급 환경 최정점에 자리한 외국인의 코스피200 선물 수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높다"며 "9월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까지 중립 이하의 외국인·기관 현·선물 수급 대응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7월말∼8월초 일본은행(BOJ),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와 본격적인 실적 시즌을 지나며 코스피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 나스닥의 반전 분위기를 예상한다"며 "코스피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면서 2900선 돌파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는 신뢰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봤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증권사 전망이나 리포트는 마케팅 측면에서 발간하는 게 크다"며 "최근에 증권사 리포트를 믿는 투자자가 있긴 하냐. 참고사항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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