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리더십] ③ 선견지명을 가졌던 M&A의 귀재...'제2의 하이닉스'로 AI를 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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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입력 2024-07-3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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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아주경제]


SK그룹의 역사는 인수합병(M&A)의 역사라 할 만큼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 시절부터 M&A가 그룹 성장을 이끌어왔다. "10년 뒤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늘 생각해야 한다"며 1980년 유공(현 SK이노베이션),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등을 인수한 선대회장의 가르침은 최태원 회장의 경영에 그대로 녹아 있다. 최 회장은 1998년 그룹 회장 자리에 오른 후 25년간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투자 성공을 통해 ‘M&A의 귀재’로 평가된다. 오늘날 SK가 현대차그룹, LG그룹을 제치고 재계 2위로 올라선 것은 최 회장의 M&A가 배경이다. 하지만 2022년 이후 M&A는 SK그룹에 독이 됐다. 하이닉스, 도시바 메모리 부문, 미국 앰팩 등 ‘신의 한 수’라 평가받던 대규모 M&A와 달리 ‘파이낸셜 스토리’라는 이름 아래 진행된 방만한 투자와 M&A가 그룹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최태원의 '신의 한 수'···미래를 보는 안목으로 재계 2위로 도약
 
1998년 10월 SK그룹 대표이사 겸 회장에 오른 최 회장은 외환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규모 리밸런싱(재조정) 작업에 돌입한다. 그는 수익성이 낮은 기업을 매각하거나 계열사 간 합병을 통해 미래에 투자할 재원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1998년에는 경성고무공업사를 SK창고로 합병하고, 경진해운을 청산한다. 대한도시가스써비스도 대한도시가스엔지니어링에 합병했다. 이듬해에는 국일에너지를 SK가스에 합병하고, 2000년에는 국민생명을 SK생명에 합병시켰다.
 
△2002년 베스케어·모비야 청산, 신세기통신 SK텔레콤과 합병 △2004년 더컨텐츠컴퍼니 청산 △2006년 동신제약과 SK케미칼 합병(현재는 SK플라즈마와 SK바이오사이언스로 분리 및 재탄생) △2007년 스텔라해운을 SK해운에 합병, 애니유저넷을 SK네트웍스에 합병 등 리밸런싱 과정을 거쳤으며 2009년부터 2010년에는 지역 브로드밴드 법인을 SK브로드밴드로 일원화하는 작업을 마친다.
 
2010년까지 그룹 리밸런싱 작업을 마친 최 회장은 이듬해부터 본격적인 투자와 M&A를 진행한다. 당시 최 회장이 선택한 미래 먹거리는 반도체, 바이오, 에너지다.
 
최 회장은 2011년 신약 개발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사업조직을 분할해 SK바이오팜을 출범시켰다. 2015년에는 SK바이오팜의 원료 의약품 생산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SK바이오텍을 설립하고 신약 개발부터 생산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구축한다. 2018년에는 미국 위탁 개발·생산(CDMO) 업체 앰팩(AMPAC)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제약 가치사슬을 완성시켰다.
 
이후 SK바이오텍, SK바이오텍 아일랜드, 앰팩 등 3사를 통합해 설립한 SK그룹 바이오 중간지주사 격인 SK팜테코는 연 매출 9000억원을 기록하는 그룹의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떠올랐다.
 
최 회장의 가장 놀라운 업적은 단연 2012년 하이닉스 인수로 꼽힌다. 내수기업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최 회장의 결단은 그룹 안팎에서는 극심한 반대의 목소리에 부딪쳐야 했다. 당시 그룹 고위 임원들은 물론 투자자, 주식시장까지도 최 회장의 하이닉스 인수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2조원 넘는 인수가격과 반도체 불황 등이 반대 이유다. 일각에서는 인수와 함께 SK그룹이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그럼에도 최 회장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도체 사업을 하겠다”며 하이닉스 인수를 밀어붙였다는 게 재계 원로들의 설명이다. 하이닉스 인수 배경에는 그룹이 매년 10% 이상 발전하기 위해서는 SK텔레콤과 같은 회사를 키워내야 한다는 최 회장의 고민이 있었다. 최 회장은 2010년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답을 찾았고, 반도체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회상한다.
 
이사회의 반대도 무릅쓰고 최 회장은 박정호 당시 SK텔레콤 사업개발실장을 필두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고, 신주 발행 등을 통해 3조4200억원에 하이닉스를 인수했다. 인수 다음 해에는 연구개발(R&D) 비용을 1조원 이상 투자하면서 불황에도 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최 회장의 선견지명은 하이닉스 인수 5년 만에 현실이 됐다. 2017년 반도체 슈퍼사이클 당시 SK하이닉스는 13조7213억원이라는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한 해에만 인수 금액의 3배가 넘는 수익을 거둔 것이다. 하이닉스는 SK에 편입된 이후 10년간 매출이 약 4배, 영업이익은 약 34배 증가했다.
 
이후 SK하이닉스는 2018년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문 인수, 2020년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문 인수 등을 통해 글로벌 정상급 반도체 회사로 자리 잡는다. 하이닉스 인수로 인해 SK그룹은 재계 2위로 올라섰을 뿐만 아니라 내수기업에서 제조업 수출 비중이 70%를 넘어서는 수출지향형 기업집단으로 탈바꿈했다.
 
최 회장은 에너지, 소재 부문 투자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2014년 우드포드 셰일가스전 투자 △2015년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 인수 △2017년 다우케미컬 EAA부문 인수 △2019년 KCFT 인수 등을 통해 지금의 SK이노베이션, SK E&S, SK지오센트릭 등 그룹 주요 사업들을 위한 성장기반을 마련했다.
 
◆M&A 귀재의 실패, '다시 기본으로' 방향성···반도체 이은 해답은 'AI'
 
실패가 없을 것 같았던 최 회장의 M&A 행진에 2022년부터 제동이 걸린다. 2018년부터 본격화한 파이낸셜 스토리 전략이 계열사간 경쟁을 심화시키면서 무리한 중복 투자가 발생한 것이 원인이다.
 
특히 IT, 반도체를 담당하는 중간지주사 격인 SK스퀘어의 신사업 투자에서 실패 사례가 다수 나타났다. SK스퀘어는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는데 대표적인 사업이 지난해 콜옵션(매수할 수 있는 권리)을 포기하면서 FI(재무적투자자) 중심으로 매각이 진행 중인 11번가다. 그룹의 사업 방향과는 다소 이질적인 온라인커머스 사업은 당초 기대와 달리 그룹 내 시너지 효과도 낮을 뿐 아니라 적자경영에서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밖에도 가상자산거래소, 블록체인 등에서 막대한 손실을 보고 인수기업을 매각·청산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종현 선대회장과 최 회장의 M&A 리더십은 큰 틀에서 미래를 보고, 적기에 투자를 진행함으로써 그룹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이었다. SK그룹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M&A 3가지가 유공, 한국이동통신, 하이닉스로 꼽히는 이유다.
 
지난달 최 회장과 그룹의 C(최고경영자)레벨이 참석한 경영전략회의에서는 지금의 SK 투자 방향성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다시 기본으로(Back to the Basic)'라는 슬로건 아래 1998년과 같은 그룹 리밸런싱 작업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2011년 반도체에서 답을 찾았던 최 회장은 올해는 AI(인공지능)에서 해답을 얻었다. 지난달 28일부터 열린 경영전략회의에 미국 출장을 이유로 화상으로 참석한 최 회장은 “지금 미국에서는 AI 말고는 할 얘기가 없다고 할 정도로 AI 관련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며 “그룹 보유 역량을 활용해 AI 서비스부터 인프라까지 ‘AI 밸류체인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CEO들에게 당부했다. 

SK그룹은 2026년까지 재원 80조원을 확보해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비롯한 미래 성장 분야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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