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로앤피] "검찰 수사는 기소나 불기소 결정이 늘어지지 않고 신속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그 자체로 검찰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보여주는 측면이 있지요. 물론 사안의 성격상 장시간 수사가 불가피한 사건도 있지만 최근 사건 처리가 지나치게 늘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24년간 검사로서 일선 검찰청과 대검찰청, 법무부까지 두루 거친 뒤 지난달부터 법무법인 태평양에 합류한 조상철 변호사(사법연수원 23기)는 검사와 변호사를 모두 겪어본 입장에서 수사 절차의 문제점에 대해 16일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이날 아주로앤피 인터뷰에서 “경찰부터 검찰, 법원까지 여러 기관을 거치더라도 사건 당사자에게는 하나의 자기 사건일 뿐인데, 변호사 입장이 돼 보니 기관 간에 단절되고 분절이 돼 한 사건이 여러 개로 쪼개진 것처럼 느낀다”고 밝혔다.
조 변호사는 "예전에는 검사가 경찰에 수사지휘를 내리면 그래도 자기 사건이라고 생각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처리했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은 경찰대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면 손을 떼는 분위기고 검찰도 보완수사 요구를 하고 나면 사건이 자신의 손을 떠났다고 생각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1997년 서울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법무부에서는 검찰국 및 정책기획단 검사, 형사기획과장, 검찰과장, 대변인, 기획조정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정책·기획과 인사·조직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천안지청 및 서울북부지검 검사,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검사,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 등 일선 검찰청에서 수사 경험을 쌓았다.
특히 대검찰청 공안기획관으로 근무하며 산업안전, 중대재해에 대한 전문성을 쌓았다. 수사와 기획업무에서 모두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대전지검장과 서울서부지검장, 수원고검장을 역임했으며 서울고검장을 마지막으로 검찰을 떠났다. 지난달부터 태평양에 합류한 그는 형사그룹에서 일반형사, 기업 컴플라이언스, 기업수사, 산업안전, 중대재해 등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조 변호사는 그는 "산업안전, 중대재해 사건이 발생하면 우선 노동청과 경찰에서 각각 수사를 하고, 검찰로 송치를 하면 검찰에서 양쪽에서 수사한 내용을 종합해 검토하고 보완수사를 거쳐 기소나 불기소 결정을 하게 된다"며 "검찰에 재직하면서 이른바 '공격했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본 경험이 있으니, 피의자를 대리하는 '방어하는 입장'에서도 더 깊고 전문적인 자문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수의 산업안전 관련 사건을 경험한 입장에서 제정 이후 꾸준히 위헌 논란이 제기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는 "공장이나 산업 현장에서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회사에게 얼마나 과실이 있느냐를 떠나서 우선 사람이 사망했다는 점에서 무겁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현장에서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를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며 “형사법적으로 책임을 지도록 하려면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하는데 이를 많이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법리적으로 문제 소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조 변호사는 다만 "우리나라 산업현장이 안전 부분에 미흡한 점이 분명 있기 때문에 안전 문화가 성숙해지고 시스템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문제가 있는 부분은 개정하더라도 법 자체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검사 출신 법률가로서 검찰 개혁 이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근 야당을 중심으로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공소청 또는 기소청을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조 변호사는 "예를 들어 기업범죄, 금융범죄와 같은 '화이트칼라 범죄'는 사실관계만 파악해선 안 되고 법리적인 부분도 함께 검토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검사가 직접 수사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사를 해야 이를 바탕으로 기소를 판단할 수 있는데 검사에게 단순히 기소만 하라고 하는 것은 검찰 제도의 존재 의의를 생각했을 때 시대 역행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검찰을 떠나 로펌에서 근무하게 된 조 변호사에겐 나름의 목표가 있다. 그는 과거 경력을 살려 '구성원들 사이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역할', '조직의 균형의 잡아주는 역할'을 맡고 싶어한다. 하나의 사건이 발생해도 얽히는 법적 쟁점은 다양하기 때문에 로펌의 각 팀에서 적절히 인원을 사건에 배치하는 것이 중요한데, 검사장으로서 조직 전체를 관리한 경험이 이같은 '연결고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조 변호사는 "대검과 일선 검찰청뿐만 아니라 법무부에서도 근무한 경험이 한 사안을 다양한 시각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밑거름이 된 것 같다"며 "고검장 출신으로 태평양 형사그룹 전체 조직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하면서 어느 한 분야에 한정되지 않고 송무, 자문뿐만 아니라 입법 지원 활동까지 다양하게 해 볼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태평양에 합류한 뒤 느낀 점은 이 곳에서 쭉 변호사로 일한 분들의 내공이 대단하고 그분들에게 배우는 게 많다는 것"이라며 "20년 넘게 검찰에서 재직했다는 과거 이력에만 머무르지 않고, 태평양에서 새로운 업무를 계속 배워나가고 성장하는 법률가가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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