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행정소송 이겨도 이긴 게 아닌 이유... '분식회계'는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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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진 기자
입력 2024-08-1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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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정법원 "일부 처분 사유 인정... 제재는 전부 취소"

  • 일부 인정된 처분 사유에 '분식회계' 포함이 핵심

  • 법조계 "이재용 회장 2심 판결 영향 줄 것"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법원이 2018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했다’며 중징계를 내린 금융당국의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걸 두고 법조계에선 ‘이겨도 이긴 게 아닌 판결’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판결문을 보면 법원이 행정처분의 문제점만 받아들였을 뿐 삼성의 분식회계 사실은 인정하는 만큼 다음 달 예정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형사재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이유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최수진)는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상대로 낸 시정요구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과징금 80억원을 부과하는 처분을 내리면서 들었던 여러 이유 중 한 가지 사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바로 삼성바이로직스가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해 설립한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해 단독으로 지배력을 갖고 회계처리를 해도 됐느냐의 여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하는 과정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기업으로 보고 연결 재무제표를 작성했다. 증선위는 이를 회계처리의 오류라고 지적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이 에피스를 공동지배하는 만큼 에피스 투자 주식을 지분법으로 회계 처리해야 한다는 게 증선위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행정법원은 2012년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실질적 권리에 해당해 이를 지배력 판단에 반영해야 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바이오젠이 보유한 동의권, 약정상 권리 등이 바이오젠에게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부여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또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이 에피스를 공동지배 했다고 볼만한 근거가 부족하다”고도 했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에피스를 단독 지배했다고 판단하고 종속 기업으로 연결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게 원고의 재량권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했다.
 
처분 사유가 여러 개 있을 경우 하나라도 인정되지 않으면 처분 내용을 수정해야 하는 행정소송 특성상 재판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의 핵심은 취소 처분 사유가 아니라고 말한다.
 
김광중 클라스한결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서 행정 처분을 취소하긴 했지만, 핵심적인 부분은 분식회계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며 “2015년부터 재무제표 처리한 것을 분식회계 것으로 보고 이후 2018년까지 작성된 재무제표도 허위로 봤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의 얘기는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지귀연·박정길 부장판사)가 이 회장의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 모두 무죄 선고를 한 것에 배치되는 판결이다. 다음달로 예정된 항소심에도 이날 판결이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거번넌스포럼 전 회장인 김규식 변호사는 “회계 처리가 분식이었냐 아니었냐는 형사재판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만큼 이번 판결이 2심 판결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상당히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분식회계가 인정된 만큼 형사소송은 물론 민사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피해를 입은 소액주주들이 삼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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