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에서 판매하고 있는 외국인 특화 전세대출상품 잔액이 지난해 1000억원을 넘었다. 올해 외국인 대출 시장 규모도 5000억원으로 불어나는 등 외국인 대출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자 은행권에서는 외국인 전용 대출·금융 서비스 제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외국인 특화 전세대출상품 잔액은 1028억2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7월 말 잔액은 총 886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말 잔액 대비 85%를 넘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외국인을 대상으로 최대 2억원을 대출해 주는 'KB WELCOME PLUS 전세자금대출'과 'SOL글로벌 전세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 상품을 취급하는 시중은행은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뿐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의 해외송금 거래도 증가세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이 주로 사용하는 다국어 지원 해외송금 전용 앱인 '하나EZ' 해외송금액은 지난해 말 33억 달러로 전년(18억 달러)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도 상반기까지 18억 달러가 송금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은행권에서 외국인 대출이 늘어난 이유는 국내에 장기간 머무는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인력난을 겪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늘며 정부는 외국 인력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소기업 등이 합법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한 고용허가제가 대표적이다.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된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는 누적 96만명을 넘는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늘며 국내 은행을 이용하는 외국인 고객도 증가하고 있다.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신규 외국인 고객은 2021년 20만명을 넘어선 후 2022년에 31만명, 지난해 38만명까지 늘어났다. 지난 5월 말까지도 신규 외국인 고객 수가 14만명을 넘어가며 올해도 유사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외국인 유학생·근로자를 겨냥한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은 지난해 3000억원 규모였던 국내 외국인 대출 취급액이 올해 5000억원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은행권이 외국인 대상 금융 서비스 제공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다. 신한은행은 지난 6월 외국인 유학생이 대학 등록금을 간편결제로 낼 수 있도록 한 '헤이영 서비스'를 출시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2월 외국인 근로자가 공항에서 퇴직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출국만기보험'을 선보였다. 농협은행도 국내 체류 외국인 우대 통장·적금과 외국인 근로자 보험료 통장을 판매하고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편리하게 금융 거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상품·서비스도 출시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 기존 애플리케이션(앱)을 리뉴얼한 후 출시한 '우리WON글로벌 앱' 내에 외국인등록증 등기우편배송 조회 서비스 등 다양한 생활편의 서비스를 추가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국내 거주 외국인 고객 대상 전용 카드도 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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