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디지털 전환 기조에 발맞춰 내부 시스템과 앱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금융 프로세스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개발 인력은 많지 않아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실제 국내 A시중은행은 노후화한 내부 프로그램·시스템과 연결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전반을 개선하겠다며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C언어 기반의 은행 프로그램을 온전히 이해하고 문제 해결을 제시할 수 있는 인력은 외주사 임원진 단 1명뿐이었다.
여타 은행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한 은행권 개발자는 "은행 시스템은 대부분 노후화한 C언어로 구축돼 있는데, 최근 C언어는 개발 트렌드에서 밀려나고 있어 적합한 개발자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며 "이에 은행들은 클라우드 환경에 발맞춰 상위 언어로의 전환도 고민하고 있지만, 안전성 등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프로그래밍 언어 환경을 쫓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시중은행의 IT 개발 인력은 전체 임직원의 10% 내외 수준에 그친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정보보호공시 포털에 공개된 은행권 임직원수 대비 IT 직원 비율을 보면 시중은행 중에서는 KB국민은행이 11.4%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8.83%, 7.61%에 불과했다. 이는 개발자 인력 비중이 40~50%에 달하는 인터넷전문은행들과 비교해 상당한 차이가 있다.
더욱이 시중은행들은 디지털 전환을 위해 개발자 모시기에 한창이지만, 인력을 지키기도 쉽지 않다. 은행 개발자는 이른바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와 같이 성장하는 기업들과 달리 유지보수(SM) 위주의 개발을 맡다 보니 이른바 '개발자의 무덤'이라는 별명도 붙여져 있다. IT 역량이 제한된다는 분위기 탓에 여타 산업군으로의 이직도 쉽지 않다. 게다가 보수적인 문화와 잦은 야근 등 보수적인 문화 등도 개발자들이 선택을 꺼리는 요인 중 하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은행권 디지털 인력 확보는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또 다른 금융권 개발자는 "금융권에서는 정통 IT가 선호하는 스타일의 직무가 많지 않고, 개발자 직군이라고 해도 은행의 보수적인 문화로 인해 트렌드를 쫓기 쉽지 않다"며 "망 분리 등 제한적인 개발 환경이 풀리면 모를까, 같은 조건이라면 금융권을 선택할 유인이 작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전ㆍ라도화형홍어구워쥬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