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가 역대급 '바이 코리아'를 기록했지만 코스피 시장에 자금 98%를 쏟아붓고 코스닥 시장에는 고작 2%만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투자자들은 수년째 순매도하며 개인투자자들만 코스닥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확보한 지분을 팔아치우며 막대한 상장 차익을 누리고 개인투자자들에게 물량을 떠넘기는 일이 되풀이되는 구조다. 중소·벤처기업이 자금 조달을 통해 성장하는 코스닥 시장 본연의 경쟁력을 찾도록 코스닥 시장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24조355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8년 이후 최고치다. 직전 최대치는 2004년 상반기 12조2400억원으로 이에 비하면 거의 2배에 가까운 규모다.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 보유 비중도 연초 32.72%에서 지난달 10일 36.11%로 연중 최고를 기록했다.
반면 올해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5383억원에 그친다. 같은 기간 기관이 4조6620억원 순매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개인투자자만 남아 있는 셈이다. 개인투자자는 올해 6조9654억원어치를 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도 개인은 7조6385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5095억원, 4조458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2022년 같은 기간에도 개인(8조2704억원)과 외국인(-3조9957억원), 기관(-2조6324억원)의 방향은 엇갈렸다.
이 같은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외국인과 기관은 막대한 자금으로 코스닥 상장사 공모에 참여한 뒤 이를 개인투자자들에게 넘기며 막대한 시세차익을 누리는 통로로 코스닥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금력이 있는 큰손들이 신규 상장주와 시가총액 상위주만 보유하고 있다 보니 코스닥 지수도 매일같이 오락가락한다. 코스닥 시장은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시총이 전체 중 20%를 넘게 차지한다. 총 1751개 종목 중 1741개 종목이 나머지 80%를 구성하고 있다. 개별 업황에 따라 지수가 오르내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주주가치 제고, 주주환원 측면에서도 코스피와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할인돼 있는 국내 증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시행하겠다고 했지만 코스닥 상장사의 반응은 아직 미지근하다. 지난 5월 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이 확정된 이후 코스닥시장에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밝힌 곳은 에프앤가이드가 유일하다.
코스피 상장사들이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해 유통주식 수를 줄이고 있는 것과 반대로 코스닥은 물량 부담도 있다. 코스닥 상장사들은 유상증자,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으로 자금을 주로 조달하는 신주 발행 또는 전환 시 유통 물량이 증가할 수 있다.
코스닥시장 투자 매력을 높이기 위해선 애초 취지에 맞게 기술력이 뒷받침되고 성장성이 높은 기업이 많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 기준에 못 미치는 규모가 작은 상장사가 많아 국내 기관은 사실상 코스닥에 관심이 없다"며 "외국인은 성장성이 높은 코스닥 상장사나 향후 코스닥을 대표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에는 투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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