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상당수가 인공지능(AI) 도입을 위한 사전 준비가 충분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보기술(IT) 인프라가 AI 프로젝트를 지원할 준비가 되지 않으면 환경·사회·투명경영(ESG)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IT 전문기업 퓨어스토리지는 2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소재 아셈타워에서 미디어 브리핑을 열고 '국내 기업의 AI 도입 현황과 앞으로의 과제'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 3월 500명 이상의 임직원을 보유한 국내 기업 200곳의 IT 담당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은 AI의 고성능 데이터 처리와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할 만한 적절한 IT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와 IT 모두를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지속가능한 인프라 전략을 가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를 위해서는 IT 인프라를 개편하고 전력효율성이 높은 하드웨어에 투자하는 동시에, AI를 전담하는 사내 인력 역시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뒤따랐다.
국내 기업의 AI 도입률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설문조사에 응한 IT 담당자의 73.5%가 현재 AI를 도입했거나 시범운영 중이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응답자의 65%는 자신의 조직이 AI 도입을 위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57.6%는 AI 도입으로 IT 인프라 개편이 필요하다고 인식했다. 특히 직원 수 5000명 이상 기업에서는 이 비중이 70.4%로 높게 나타났다.
IT 인프라 사전 준비가 기업 ESG 목표 달성에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지배적이었다. 실제 조사에서 응답자의 75%가 IT 인프라가 AI 프로젝트를 지원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을 경우 ESG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AI 도입을 위해 필요한 IT 인프라는 △데이터 관리 툴·프로세스(69.1%) △데이터 스토리지(저장·보관 장소) 인프라(57.1%)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툴·프로세스(52.4%)로 꼽혔다.
AI 도입에 따라 컴퓨팅 성능·스토리지·전력 소비 등 각 구성 요소의 필요성이 얼마나 증가했거나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스토리지가 평균 92.4%로 가장 높았고, 컴퓨팅 성능은 91.1%를 기록했다. AI 도입 시 전력 소비는 평균 82.7%가 증가했거나 증가할 것이라고 답했다.
AI의 전력 사용량 절감을 위한 가장 우선적인 조치는 '전력효율이 높은 하드웨어에 투자(58%)'였다. 이어 장비 사용 최적화(필요 없을 때 장비 종료), 친환경 에너지 투자(34%), 다른 영역의 전력 사용량 절감(28%), 플래시 스토리지 투자(18%), AI 사용 제한(12%) 순이다.
기업 고위 경영자가 AI 도입에서 가장 크게 간과하는 부분으로는 직원 기술(63.3%), 비용(53.7%), ESG 목표 달성이 미치는 영향 등이 꼽혔다. 특히 직원과 조직의 기술 역량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추세에 맞춰 빠르게 AI 도입을 추진한다는 지적이다.
유재성 퓨어스토리지코리아 사장은 "AI 도입 가속화로 전력·데이터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에 대응하려면 지속 가능하고 전력 효율적인 AI 데이터 플랫폼에 투자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조사 결과는 AI 인프라 인식 개선과 효과적인 AI 도입 전략 수립에 있어 관련 리더들에게 중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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