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의 끝 보인다] 금리 인하 기정사실…당국 대신 총대 멘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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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4-08-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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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가계대출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되자 은행권이 투기성 수요 중심의 전세대출 상품 취급을 중단하는 등 자체적인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은행들은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기 시작한 상황에서 주요국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가계대출 증가세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본다.

    이와 같은 가계대출 증가는 은행권 외부의 상황 변화에 따른 것으로 은행이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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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준 9월 '피봇' 기정사실…한은도 상황 본 뒤 추종 예상

  • 정부, 가계부채 급증에도 대응 미온적…"이미 실기" 지적

  • 가산금리 올리고 전세대출 중단까지…주요 은행 확산 전망

사진아주경제DB
[사진=아주경제DB]
국내 가계대출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되자 은행권이 투기성 수요 중심의 전세대출 상품 취급을 중단하는 등 자체적인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주요국의 통화긴축 종료가 임박했지만 국내 가계부채 규모는 이미 위험수위에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세대출 취급을 제한하는 조치는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음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을 긴축에서 완화로 전환하는 ‘피벗’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기정사실이고,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13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한국은행도 내달 연준이 금리를 낮추면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피벗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기준금리가 내리기도 전에 이미 가계부채가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국내 주요 금융그룹은 올해 초 금융당국에 가계대출 증가율을 1.5~2%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주요 은행 가계대출은 연초 대비 4%나 불었다.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동안 정부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 시기를 늦추는 등 증가세 관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시중은행은 지난달 초부터 가계대출 금리를 줄줄이 인상했지만 버팀목·디딤돌 등 정책대출 금리는 한발 늦은 지난 16일에야 올랐다. 21일에는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은행이 모든 가계대출에 대해 내부관리용 DSR을 산출하도록 했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미 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말로는 가계부채 관리를 강조하면서 상반된 정책을 내놓는 상황이 길어지자 시장이 정부의 말을 믿지 않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기 시작한 상황에서 주요국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가계대출 증가세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본다. 이와 같은 가계대출 증가는 은행권 외부의 상황 변화에 따른 것으로 은행이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다. 신한은행이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을 중단하기로 한 것도 이와 같은 우려에서 나온 조치다. 결국 정부가 가계대출 관리에 실패하자 버티다 못한 은행이 전세대출 중단이라는 카드를 스스로 꺼내면서 대출 관리의 총대를 메는 모양새다.

은행권에서는 신한은행의 이와 같은 조치가 다른 은행으로 퍼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조건부 전세대출 수요가 타행으로 몰린다면 은행별로 가계대출 관리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수요가 많은 상품이 아닌 투기수요가 주를 이루는 전세대출 상품을 핀셋형으로 중단했다는 점도 조건부 전세대출 제한 조치 확대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은행권 관계자는 “과거에도 은행 한곳에서 가계대출 증가세 관리 조치가 나오면 다른 은행들도 검토 후에 따라가는 경향을 보였다”며 “실수요자를 위한 전세대출까지 막는 조치는 아니기 때문에 다른 은행들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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