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민철의 권주가] 채권 투자 시작하려면 꼭 알아야 할 두 가지, '스프레드'와 '수익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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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4-08-2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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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권가격·금리, 수익률 결정… 위험도 반영

  • 스프레드는 '위험도' 격차… 경기인식 담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식(株式) 거래와 채권(債券)을 비롯한 증권 투자가 대중화하고 있습니다. 거래소에는 나날이 새로운 종목이 상장하고 수많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이들 종목이나 지수와 관련한 상품을 끝없이 쏟아냅니다. '채권·주식 가치 탐구(권주가·券株價)'는 자본시장에 이제 입문한 기자가 종목, 시장, 산업을 공부하고 관점을 세워 가는 과정을 기록합니다. <편집자 주>

투자자 대상 시장분석보고서나 금융 분야 뉴스를 보면 채권의 '가격'은 일절 언급되지 않고 '수익률'이라는 표현도 거의 쓰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개별 종목 주가와 기업 시가총액이 얼마인지, 기준일 대비 현재 몇 퍼센트가 오르고 내렸는지 일일이 거론하는 상장 주식 시장과 딴판입니다.

투자자가 개별 채권의 가격과 수익률에 관심을 안 갖는 걸까요? 그보단 채권의 가격과 수익률 개념이 주식의 가격, 수익률과 전혀 다르기 때문에 투자자의 오해를 줄이기 위해 형성된 관습일 것입니다. 올해 장외시장에서 개인이 채권을 순매수한 금액이 28조원을 넘습니다. 돈이 걸린 일에 관심을 안 가질 수 없죠.

채권은 발행인이 자금 조달을 위해 투자자에게 '빚'을 지는 개념으로, 발행 시점에 빚을 갚을 날짜, 갚을 돈, 갚을 때까지 낼 이자가 결정됩니다. 발행인이 빚을 갚을 때까지 기간이 채권의 '만기', 갚을 원금이 '액면가', 원금과 함께 낼 연이자를 원금으로 나눈 이자율이 표면금리(또는 '발행금리', '쿠폰금리')죠.

주식은 종목별 가격이 다르고 수시로 오르내리는데, 투자자가 사고 팔면 그 차액과 원금의 비율이 곧 수익률이 됩니다. 채권 수익률은 상황에 따라 두 가지로 계산됩니다. 만기까지 보유해서 액면가대로 돌려받고 표면금리대로 이자를 받는 경우와 유통시장에서 중도 매도하는 경우의 수익률 개념이 다르죠.

채권 액면가와 표면금리에 따른 수익률은 예금 상품 투자처럼 원금과 이자율로 계산됩니다. 연이율 3%, 만기 10년짜리 예금 통장에 1억원을 넣으면 10년 뒤 원리금 1억3000만원을 받겠죠. 표면금리 3%, 만기 10년짜리 채권을 액면가로 1억원어치 사서 10년 뒤 받는 원리금도 같습니다. 만기 수익률이 30%네요.

만기, 액면가, 표면금리가 같은 채권이어도 만기 수익률이 다를 수 있는데요. 채권을 발행할 때 투자자가 실제로 산 가격(발행가)이 액면가보다 할인돼 '투자 원금'이 더 적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기 때 받을 원리금이 같다면 할인을 많이 받아 산 채권의 수익률이 더 높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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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채권 수익률이 적절한가 판단할 때 채권의 손실 위험도(리스크)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위험도가 높을수록 더 높은 표면금리로 발행되고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위험도는 발행인의 신용 수준이 낮고 원리금 상환 기간(만기)이 긴 채권일수록 높아지고요.

수익률을 판단할 때 위험도와 함께 시장·경제 상황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스프레드'라는 용어를 이해해야 합니다. 스프레드는 종류가 다른 여러 채권의 금리 차이, 특히 위험도 판단 기준인 '발행인의 신용 수준'과 '원리금 상환 기간'이 서로 다른 채권 간의 금리 차이를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다른 조건이 비슷한데 발행인 신용 수준이 다른 채권 간의 금리차인 '신용 스프레드'와 원리금 상환 기간이 다른 채권 간의 금리차인 '장단기 스프레드', 두 가지가 있습니다. 국내선 보통 신용 스프레드는 3년 만기 국채와 회사채의 금리차, 장단기 스프레드는 3년 만기 국채와 10년 만기 국채의 금리차를 얘기합니다.

어떤 기업이 도산하는 경우보다 국가가 망해서 채무 상환을 못할 가능성이 작죠. 그래서 만기가 같다면 국채보다 회사채 표면금리가 더 높게 발행됩니다. 그런데 이 두 채권의 금리 차이는 경제 상황에 따라 벌어지거나 좁아집니다. 이때 신용 스프레드가 늘어난다, 줄어든다는 표현을 써요.

경기가 좋으면 회사가 망할 위험이 줄어 새로 발행되는 회사채 표면금리는 점차 낮아지고, 사람들이 안전한 국채를 덜 찾게 되니 수요를 높이기 위해 국채 표면금리는 올라갑니다. 신용스프레드가 줄죠. 반대로 경기가 나쁘면 안전한 국채 표면금리가 내려가고 회사채 표면금리가 올라 신용스프레드가 늘고요.

또 어떤 채권의 원금이 잘 상환될 가능성은 가까운 미래일수록 높고, 먼 미래일수록 낮아질 겁니다. 또 채권을 산 돈의 가치 자체가 먼 미래일수록 더 많이 하락합니다. 그래서 발행인 신용 수준이 같다면 단기 채권보다 장기 채권 표면금리가 더 높죠. 경기에 따라 단기, 장기 채권의 금리 차이도 달라집니다.

경기가 안 좋으면 사람들이 빌린 돈을 떼일 걱정이 커지겠죠. 당장 돈이 필요한 쪽은 표면금리가 높은 단기 채권을 발행해야 합니다. 이 우려가 심하면 장단기 금리차가 점점 줄고, 아예 단기채 금리가 장기채를 넘어서는 '장단기 스프레드 역전' 현상도 일어납니다. 이는 경기 침체를 전망할 수 있는 신호로 해석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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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앞으로 경기가 좋아지거나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채권 투자 판단에 필요한 요소입니다. 새로 발행되는 채권과 앞서 발행돼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채권을 매수할 때의 단가, 금리는 경기와 시장 상황을 반영해 시시각각 달라지기 때문이죠.

발행 시점에 고정되고 미래 시점(만기일)에 의미가 있는 액면가·표면금리와 구분하기 위해 이걸 채권의 '시장가격', '시장금리'라고도 하고, 아예 '가격', '금리'로 줄여 쓰기도 합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정책금리)가 내려가면 새로 발행되는 채권의 표면금리도 내려갑니다. 이 경우 같은 조건으로 먼저 발행된 채권이 상대적으로 높은 표면금리를 갖게 되고, 투자자에게 상대적으로 더 매력적인 상품이 됩니다. 그래서 기준금리 인하는 유통시장에서 기존 채권의 가격을 올리는 요인이 됩니다.

같은 원리로 금리 상승 시 기존 채권은 투자자에게 덜 매력적인 상품이 되고, 기존 채권 가격을 떨어뜨립니다. 같은 조건에 더 높은 표면금리를 갖고 발행된 새 채권으로 투자 수요가 몰리고, 기존 채권 수요가 줄어들어 원래 가격대로 팔려고 내놓으면 사람들이 사려고 하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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