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토(大和)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23일 정오를 지난 시각,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가 울려퍼졌다. 100주년을 맞은 고시엔 결승에서 간토다이이치고를 누르고 야구부 창단 25년 만에 우승을 거머쥔 교토국제고의 교가가 3000명 이상이 운집한 고시엔 구장을 감쌌다.
고시엔에서는 승리한 학교의 교가를 부르는 것이 관례다. 이날 승리로 지난 준결승전에 이어 모두 6차례 공영방송 NHK를 통해 일본 전역에 전파를 탔다.
이번 고시엔 대회를 통틀어 ‘동해’라는 명칭이 담긴 교가로 인해 일본 사회에서 비난이 일었다거나 NHK에 항의가 쇄도했다는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물론 일부 우익들이 학교 측으로 전화를 거는 등의 방해는 있었지만 야후 포털 사이트의 관련 기사에도 혐한을 부추기는 댓글은 눈에 띄지 않는다.
‘동해 바다’ 이외에도 교가 1절에는 ‘우리의 정다운 보금자리 한국의 학원’, 4절에는 ‘힘차게 일어나라 대한의 자손’이라는 구절도 나온다.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활약하기를 염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한국계 국제학교지만 재학생은 일본인이 더 많다. 학교 측에 따르면 일본인 학생들이 한국어 교가를 불편하게 느끼지 않을까 우려해 설문조사도 실시한 바 있다. 하지만 도리어 일본인 학생들이 “한국이 좋아서 입학했는데 왜 한국어 교가를 바꾸느냐”는 반응을 보여 한국어 교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교토국제학원이 운영하는 교토국제고는 학생이 160명 정도인 소규모 한국계 학교다. 1947년 재일 교포 단체가 민족 교육을 위해 세운 교토조선중학교로 시작했다. 1958년 교토한국학원으로 재편해 한국 정부 인가를 받았다.
1990년대 후반 학생 수가 70여 명까지 줄자 폐교를 막기 위해 1999년 야구부를 창단해 일본고교야구연맹에 가입했다. 이후 일본 학생들을 대거 수용하면서 한일 연합 학교 겸 야구 특화 국제학교로 재탄생했다.
전통 깊은 강자가 수두룩한 일본 고교야구에선 신생팀에 가깝지만 2021년 첫 고시엔 본선에 오른 교토국제고는 창단 25년 만에 첫 우승을 안게 됐다.
재학생 대부분이 야구부 또는 K팝 등 한국 문화에 대한 동경을 안고 입학한 것으오 알려져 있다. 특히 야구 특화고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야구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학생들로 가득하다.
전교생이 160명인데 여학생이 87명이다. 남학생 73명 중 61명이 야구부원이며, 이들의 국적은 대부분이 일본이다. 백승환 교장은 학교 홈페이지에서 “재학생들의 클럽 활동인 야구부는 교토 내 상위권에 입상을 거듭하면서 야구 명문교로 성장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교토국제고는 국제학교로 전환했지만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 한국어 수업 시간이 가장 많고, 재학생들은 연 4~5회씩 한국을 방문한다. 한국어와 한국 역사, 한국 무용, 태권도 등도 교육하며, 야구 부원들도 일반 교과 시간에는 모두 교실에서 공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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