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사건의 주범인 서울대 졸업생 박모씨와 강모씨는 여성 동창생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은 동창생들의 사진을 활용한 허위영상물 수천개를 제작해 텔레그램을 통해 퍼뜨렸고, 박씨와 공모한 또 다른 피의자 박씨도 지난 2020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대 졸업생들의 사진을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허위 영상물 400여개를 제작하고 1700여개를 유포한 혐의로 지난 5월 기소됐다.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법은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공범 박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서울대 딥페이크 사건 외에도 지난 2019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N번방 사건, 인하대 딥페이크 사건, 군부대 딥페이크 사건 등 유사 범죄가 연일 적발되면서 딥페이크 범죄는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2012년부터 작년까지 3년간 집계된 사이버 성폭력 발생건수는 9864건으로 검거된 인원만 7530명에 달했다. 그러나 검거된 피의자 중 구속된 비율은 5.5%(412명)에 불과해 사법당국이 이들에 대한 처벌을 경미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도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지난 2020년 6월 딥페이크 처벌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을 만들었지만 날로 지능화하는 디지털 성범죄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해당법은 허위 영상물을 편집·합성, 가공한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 법정에서는 범죄 전력, 연령, 반성 여부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사례가 적지 않아 문제로 지적된다.
아울러 이들에 대한 대법원 양형 기준 자체도 도마 위에 올랐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지난 2020년 기존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을 세분화해 허위영상물(딥페이크 영상물 등) 반포 범죄와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강요 범죄 등을 추가했다.
그러나 허위영상물을 반포했을 때 기본 형량이 징역 6월~1년 6월이고, 가중돼도 10월~2년 6월에 그쳐 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양형 기준이 매우 낮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심신미약, 진지한 반성, 형사 처벌 전력 없음, 상당한 피해 회복(공탁 포함) 등 감경 요소까지 반영하면 양형 수위는 더 낮아지기에 양형 기준 개선에 대한 목소리는 연일 분출되고 있다.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특정 사건이 이슈가 되면 처벌을 강화하자는 여론은 항상 나온다"며 "하지만 단순히 형을 올리는 것을 넘어선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형기준을 변화시킨다고 하면 세부적인 범행 형태나 주체 등을 세밀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강간죄에 대한 현행 양형 기준이 7년 이상이기에 여기에 맞춰 일률적으로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도 올려버리면 나중에 오히려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해 구제해주고 싶어도 구제를 못할 가능성이 있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