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빚더미에 올라앉은 세계 각국이 돈 구하는 데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리스크가 금융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국제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아이한 코제 세계은행(W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4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4 세계 경제와 금융 안정 콘퍼런스'에서 2010년부터 '제4차 부채의 물결'이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하며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250% 정도로 과거 어느 때보다 증가 속도가 빠르고 규모도 크다"고 지적했다.
WB에 따르면 GDP 대비 부채 현황은 선진국 270%, 신흥국 200% 안팎으로 추산된다. 신흥·개발도상국 부채 증가 속도가 유독 빠른데 고금리 기조까지 장기화하면서 금융 불안이 커지는 양상이다. 저신용 국가들은 국채 발행이 여의치 않을뿐더러 차입 비용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대선 이후 금리가 다시 한번 요동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2016년과 2021년에도 미국 대선 전후로 금리가 발작을 일으켰는데 현 상황은 더 심각하다는 이유에서다. 국제금융센터가 내놓은 '미국 대선의 국채 금리 영향 점검' 보고서를 살펴보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모두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 억제, 안전 자산 수요 증대라는 공약을 내걸고 있는데 재정 악화와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미국 국가 부채는 35조 달러를 돌파해 사상 최대 수준이다. 지난해 재정적자는 1조7000억 달러로 GDP 대비 6.3%에 달해 지난 50년 평균(3.7%)을 크게 웃돌았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올해 평균 4.24%로 2016년(1.84%)과 2021년(1.44%)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김윤경 국제금융센터 채권분석부장은 "재정 악화 우려가 부상하면서 미국 국채 금리가 과거보다 단기 급등에 취약해질 수 있다"며 "GDP 대비 시장성 국채 비중이 증가하면서 이자비용 부담이 올해 GDP 대비 3.1%에서 2027년 3.4%, 2034년 4.1% 등으로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글로벌 경제 석학들은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재정 악화를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꼽으며 국제 공조를 강조했다. 클라우디오 보리오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은 "재정 정책 지속 가능성이 세계 금융 안정을 위한 전제 조건"이라고 말했다.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글로벌 경제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회복 탄력성을 높여야 하는데 위험 관리 역량이 재정 확대로 인한 국가 부채 증가로 제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 위원은 "주요 20개국(G20), 국제통화기금(IMF), WB, BIS 등 (주요 기구를 중심으로 한) 국제 공조로 충격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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