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공시 항목을 살펴보면 때때로 ‘기재정정’이라고 표시된 사안들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기존에 공시된 내용을 수정해서 다시 올린 공시들인데요. 최근 두산그룹 합병 이슈를 통해 정정공시를 올리는 이유와 배경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최근 두산그룹의 합병 이슈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2차례에 걸쳐 증권신고서 정정요구를 하면서 압박했기 때문인데요.
금융당국 압박수위가 높아지며 두산그룹은 기존에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철회했습니다. 다만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두산에너빌리티 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의 분할합병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사실상 오는 25일 개최되는 임시주총까지는 2번째로 정정된 증권신고서가 제출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흡사항 보완 위한 정정요구
금융당국이 두산그룹에 2차례나 정정요구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증권신고서 내용이 투자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최근 금감원은 정정요구했던 이유에 대해 분할 신설 부문의 수익가치 산정근거 등 요구사항에 대한 보완 내용과 구조개편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 등 설명이 미흡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두산밥캣의 지분을 보유하는 신설 부문의 수익가치는 미래에 발생하는 수익에 기반하는 모형을 적용해 기준시가에 따른 분할 평가 방법과 비교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처럼 정정신고서는 금감원의 정정요구에 따라 제출하거나 발행회사가 증권신고서를 수정 및 보완할 사항이 있을 경우 자발적으로 정정해 제출하는 경우로 나눠집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금감원은 증권신고서가 형식 미비 또는 중요사항 등 미기재로 인해 투자판단을 저해하거나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을 때 증권신고서를 정정해 제출할 것을 요구합니다.
주로 재무적 위험(선급금·대여금 계정 감액처리, 재무비율 악화 등), 공모자금 사용목적(공모자금의 구체적인 사용계획 미기재 등), 경영지배구조위험(경영권 분쟁 및 신규선임 임원 정보 등), 신규사업계획(신규추진 사업 수익성 및 타당성 등), 내부통제 관련 사항(횡령·배임 발생여부 등)을 부실기재했을 때 정정요구가 이뤄집니다.
◇올해 정정요구 많아져…투자자 보호 vs 과도한 개입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받은 회사는 전자공시시스템에 ‘정정신고서 제출요구’라는 제목으로 정정요구 사실이 공시됩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정정신고서 제출요구’를 검색해보니 올 들어 금감원으로부터 정정요구를 받은 기업은 총 8개사로 집계됐습니다.
시장별로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는 두산로보틱스 1개사(2건), 코스닥 상장사는 DXVX, 비트나인, 제이엘케이, 소룩스 등 4개사(4건), 기타법인은 서울옥션블루, 에이치이엠파마, 키움제9호기업인수목적(스팩) 등 3개사(3건) 등입니다.
이전에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한 시기가 2021년 6월(금호에이치티 합병)이라는 점에서 증권신고서에 대한 관리감독 기준이 강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유독 올해 정정요구가 늘어난 건 작년에 뻥튀기 상장으로 논란을 빚었던 파두 사례 때문인 것으로 해석됩니다. 금감원은 ‘제2의 파두사태’를 막기 위해 증권신고서에 대한 심사를 이전보다 깐깐하게 바꿨죠.
투자자 보호라는 명목은 좋지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과도한 시장 개입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정정요구가 잦아지면 상장과정에도 차질이 빚어져 일정이 연기되거나 철회해버리는 경우가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이는 나중에 제도 보완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입니다.
이처럼 정정신고서는 투자판단에 중요한 사항이 변경되거나 보완이 이뤄지기 때문에 투자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가 기재됩니다. 따라서 투자자가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변경 전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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