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1년 만에 모수개혁 수치가 들어간 연금개혁안을 내놨지만 국회 입법 과정에서 난항이 예고된다. 법안이 무사히 국회를 통과하려면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민주당은 정부의 연금개혁안에 포함된 '자동조정장치'를 두고 "연금 삭감을 위한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은 5일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복지부가 '연금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했다"면서 "복잡해보이지만 명확한 것은 연금 보험료를 올리고 연금 수급액을 깎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자동조정장치'를 두고 "연금 삭감 꼼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동조정장치는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이유로 인구·경제 여건을 연동해 연금액을 조정하는 장치다. 한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4월 발표한 '주요국가별 연금개혁안'에 따르면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한 나라는 일본과 스웨덴, 독일이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자동조정장치는 이미 보험료 수준이 20%에 육박한 성숙한 연금제도를 가진 국가에서 도입된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시기상조"라고 반박했다. 특히 "현재도 월평균 수령액은 약 63만원으로 '용돈 연금' 수준인데, 자동조정장치로 연금을 더 깎으면 노후대비에 턱없이 부족한 '푼돈 연금'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고,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다르게 하겠다는 것에도 "졸속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고, 국내에서도 검토된 바가 전혀 없는 제도를 국민들에게 강요할 수 없다"며 "자동조정장치 도입으로 청년들 연금액이 깎이는 걸 감추기 위함인지 검증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2%' 모수개혁안에는 "21대 국회 연금특위의 공론화 결과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올해 적용되는 소득대체율이 42%, 정부안은 소득대체율 하향을 중단하는 것일 뿐 소득 보장 강화 의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앞서 여야는 21대 국회에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 인근까지 이견을 좁혔지만, 정부여당이 '구조개혁'을 주장하면서 끝내 무산된 바 있다.
이들은 여성과 군 복무자의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하는 '크레딧 제도' 확대에는 "민주당의 오랜 주장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다만 "재원 상당 부분을 연기금에서 충당, 크레딧 인정 시기를 현재가 아닌 미래 수급권 발생 시기로 하는 현행 체계 개선이 동반되지 않으면 국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가져온 안은 굉장히 내용이 없다"며 "사실 국회에 공을 넘긴 것"이라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자동조정장치로 개인별, 세대별 연금을 어느 정도 삭감하는지 불투명하고 방향성만 제시된 수준이라 정부의 구체적인 안을 확인하고 검증해야 한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보다는 소관 상임위인 복지위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 박 의원은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나 "모수개혁을 하는데 특위가 아닌 복지위에서 하면 훨씬 속도가 빠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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