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택시 월급제는 '주 40시간' 근로가 강제된다.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에서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 되도록 정해야 한다고 규정된 탓이다. 이런 제약 하에서 법인택시 월급제는 소정근로시간을 주 40시간 이상으로 강제하고, 월 200만원의 고정급을 지급하는 제도로 해석된다. 일반적으로 법인택시는 한 주에 60시간을 운전하면 40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 주 40시간 일하는 기사는 약 10%가량에 지나지 않는다.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같은 이유로 많은 법인택시 기사들이 운전대를 놓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손님이 떨어져 택배·배달로 옮겨갔다고 알려졌지만, 20·30대도 버티기 어려운 고된 업종임을 감안한다면 고령의 기사들이 옮겨갈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오히려 근로시간과 소득을 경직적으로 통제당해 시장을 떠났다고 해석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사납금제 하에서 상당한 정도의 자율성을 누려오던 운수종사자들이 주 40시간 이상을 일해야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로 변하다 보니 고된 택시 운전으로 얻는 것보다 고통이 더 크게 느껴졌을 것이다.
여기에 팬데믹으로 인한 수요 감소까지 겹쳐져 2020년부터 2년간 2만6000명의 운수종사자가 시장을 떠났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감소한 운수종사자 수가 약 3만명임에 비춰봤을 때 운수종사자가 '증발'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문제는 기사가 적을수록 택시회사는 운영이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운수종사자가 떠난 상황에서 수입은 급감했지만, 치러야 하는 고정비용은 그대로인 탓이다. 그 결과는 사납금 인상이다. 그나마 남은 기사들에게 더 많은 수입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남은 기사들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지고 이는 다시 시장을 이탈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 주 40시간 근무하면 최저임금 이상을 벌 수 있다는 제도의 취지가 이상적으로 들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택시 월급제 개편의 핵심은 스스로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달성해야 하는 목표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하도록 만드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유인 중심의 제도 설계가 요구된다. '40시간 이상', '소정근로시간', '최저임금'이 결합되면 운수종사자는 스스로 일할 유인을 상실한다. 일을 열심히 해도, 하지 않아도 기대할 수 있는 소득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40시간 이상 규정부터 손질해야 하는 이유다. 근로시간의 상한을 규정해 노동을 강제하는 법 규정은 찾아보기 힘들다.
무엇보다 원칙 중심의 설계가 필요하다. 월급제는 최저임금을 지키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의 제도가 아니다. 택시 산업의 지속 가능한 공급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근로자의 일할 유인과 회사의 성장유인을 일치시키기 위해 필요한 제도다. 본래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 중심의 원칙과 최저임금이라는 규칙을 혼동하면 주객이 전도되고, 규칙 중심의 제도는 필연적으로 경직적이다. 유연하지 못한 제도는 다양한 운행 행태를 보이는 택시산업을 담아낼 수 없다. 언제나 공감받지 못하는 제도는 규제라는 오명을 쓰게 된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원칙 중심의 유연한 월급제 설계를 위해 택시산업 이해관계자와 정부·전문가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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