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제45대 검찰총장이 15일 2년 임기를 모두 마치는 가운데 임기 동안 마약범죄, 보이스피싱, 가상자산범죄 등 민생 침해 범죄에 강력 대응하며 대응체계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명품가방 수수, 도이치모터스 사건 등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사건은 마무리 짓지 못해 검찰에 정치적 부담을 남겨 놓고 떠난다는 비판도 나온다.
12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이 총장은 임기 동안 "서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야기하는 보이스피싱·전세사기·펀드사기 등 민생 침해 범죄, 디지털 성범죄를 비롯한 성폭력, 스토킹, 아동·장애인·여성 등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를 줄이는 데 역할을 한 총장으로 남고 싶다"고 자주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장이 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던 2022년 7월 출범한 보이스피싱 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은 서울동부지검에 설치됐다. 합수단은 2년간 보이스피싱 사범 628명을 입건하고 국내외 총잭 18명 등 201명을 구속했다.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2021년 7744억원에서 지난해 4472억원으로 42% 감소했다. 발생 건수는 2021년 3만982건에서 지난해 1만8902건으로 39% 줄었다.
임기 동안 마약범죄가 특히 활개를 쳐 이 총장이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검찰 구성원이 합심해 마약의 사슬을 끊어내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이례적으로 마약 범죄와 관련해 전국 18대 지검 일선 담당자들이 모두 모여 수사 현황을 공유하고 기관 간 공조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2월 마약범죄특별수사팀을 출범하고 이어 4월에는 마약범죄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마약 범죄 척결 의지를 보였다. 적발 인원이 48%, 압수량이 43%로 증가해 이 총장은 '마약 청정국'으로 가는 디딤돌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토킹 법령도 정비했다. 스토킹 범죄는 2년 전만 해도 경범죄로 다뤄졌지만 이 총장은 피해자에 대한 위해가 우려되면 구속수사 등을 적극 활용할 것을 지시해 스토킹 범죄자 4234명을 기소했다. 대규모 전세사기 조직을 범죄단체로 처벌하고 다수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은 법정 최고형까지 구형하도록 했다.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거센 공격에 시달리며 초유의 검사 탄핵소추 사태도 겪어야 했다. 민주당에서 이재명 대표 수사와 관련 있는 검사 등 4명에 대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자 이때 이 총장은 검찰 구성원들에게 "상대가 저급하고 비열하게 나오더라도 우리 검찰 구성원들은 위법하고 부당한 외압에 절대 굴복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현직 검사들이 이에 동조하면서 임기 막판 검찰의 구심점으로 떠올랐다.
김건희 여사가 관련된 명품가방 수수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퇴임한다는 점은 "조사하려면 빨리 했어야지 2년 동안 뭘 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022년 9월 취임 당시 이 총장은 "법 집행에는 예외도 혜택도 성역도 없다"고 말한 바 있으며, 김 여사 관련 수사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결국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고 빈손으로 떠나 검찰에 정치적 부담만 남겼다는 지적이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임기 2년 동안 손 놓고 있다가 임기 내 처리가 어렵다는 것은 (김건희 여사 사건을) 내 손으로 절대 결재 못하겠다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검찰 최종 처분은 최재영 목사에 대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결과가 나온 뒤로 미뤄질 전망이다. 최 목사 수심위는 오는 24일로 예정됐다. 도이치모터스 사건도 선고 이후 검찰이 처리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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