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들 많으면 좋지. 구청 직원들만 많이 와줘도 힘든 보람 있어." (이경자·77세, 영등포구 백반 식당 조리반)
점심을 해결하러 온 직장인들이 빠져나간 지난 5일 오후 1시경. 영등포구청 옆 작은 백반식당에서 손맛을 담당하고 있는 두 사람은 주방 한 켠에 쪼그리고 앉아 숨을 돌리고 있었다.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음식 맛에는 나이가 없었다. 복스러운 만둣국, 8가지 재료가 들어간 비빔밥, 푸짐한 제육에 매일 바뀌는 3가지 반찬까지. 가격은 8000원 이하로 물가를 거스른다.
이날 제육볶음 정식을 주문하자 버섯볶음과 세가지 종류 김치와 계란국, 쌈채소까지 한 상이 차려졌다. 제육볶음도 푸짐했다. 8000원이라고 믿기 어려운 구성이었다. 일행이 시킨 만둣국도 같은 가격에 왕만두 5개가 들어가 푸짐했다.
착한 가격과 푸짐한 한 상 차림에 인근 직장인들의 반응도 좋다. 영등포구 공무원 최모씨(27)는 "이 주변에 직장인이 점심을 해결할만한 백반집이 잘 없는데 8000원 내외의 저렴한 가격으로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 자주 온다"고 말했다 .
단골 고객인 백모씨는 "요일마다 다른 조가 와서 근무하니 매일 반찬도 바뀌고 간도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 입맛에 따라 오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임모씨도 다양한 반찬 구성에 호평을 보내면서 "매일 아침마다 재료 손질부터 직접 정성스레 마련하신다는 소식을 들으니 더욱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이날 조리 담당인 나씨와 이경자씨(77)는 일이 힘들다며 불평하면서도 손님이 많았으면 한다고 말해 무심한 듯 정이 많은 할머니의 모습이 엿보였다. 이씨는 "시급 만원에 식당 일을 소화하기에는 너무 적은 것 같다"면서도 "아침에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매번 1시간 30분 정도 일찍 출근한다"며 식당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씨는 인생백반에서 받은 수당으로 친구들과 만나 밥먹고 커피를 마시는 등 친목에 쓴다고 말했다.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건강하고 활기차게 생활하는 나씨는 60대 직원들의 롤모델이다. 60대 직원은 "나씨가 일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가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일하는 곳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활력소가 된다. 황혼에 만난 소중한 일터다"고 말했다.
인생백반에서는 저소득 어르신 급식지원 사업인 ‘동행식당’과 연계해 60세 이상 어르신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기도 한다. 65세 이상 어르신에게는 전 메뉴 1000원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민간형 노노케어 정책도 펼친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위한 무료 배달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는 공익 활동형 어르신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져, 배달 서비스 참여자는 어르신들의 안부를 확인하고 지역 내 취약 계층을 발굴하는 등 사회 안전망을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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