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한 공사비에 건설 공사대금을 둘러싼 중재사건이 늘고 있다. 원자잿값 인상 여파로 주택뿐만 아니라 상가, 도로, 상하수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현장에서 공사비를 두고 다투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25일 상설중재기관인 대한상사중재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24일까지 공사대금 갈등으로 인해 건설 중재 요청 건수는 9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중재원이 접수한 전체 중재사건 중 34%에 달하는 것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8.4% 늘었다. 신청금액은 중재원에 접수된 전체 중재사건의 71.9%에 달하는 4313억원으로 집계됐다.
청구원인별로는 손해배상(22건)과 공사대금(21건), 추가공사비(20건) 등 공사비와 관련된 원인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공사비가 상승하면서 1억원 이하의 소액 건설현장이라도 중재를 통해 시비를 가리려는 흐름이 두드러졌다. 중재원은 신청금액을 1억원 이하부터 500억원 초과까지 구분해 사건을 다루는데, 1억원 이하의 사건이 전체 90건 중에 34건(37.7%)을 차지했다. 10억원 초과~50억원 이하가 17건(18.8%)으로 많았고, 1억원 초과~5억원 이하도 15건(16.6%)을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소액일수록 시간이 오래 걸리는 소송보다 중재원의 중재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추세다. 중재원의 중재는 단심제로 건설사 입장에서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데다 1억원 이하 사건의 경우는 신속절차를 통해 신청 100일 이내로 판정을 받을 수 있다. 중재 결과는 소송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가진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소송까지 가서 시간을 오래 끄는 것보다 '시간이 곧 돈'인 공사현장에서 최대한 시간을 줄여보려는 수요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애초에 공사비 갈등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는 민간사업장의 경우 공사비 분쟁을 신속히 해소할 수 있도록 건설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연희 의원실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비사업 공사비 분쟁지역에 정부가 전문가를 파견했으나 갈등을 해결한 사례는 9건 중 3건에 그쳤다.
전문가는 정부·기관의 도움을 받기 전 조기에 갈등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사비가 늘었다면 왜 늘었는지, 이런 것들을 판단할 수 있는 디테일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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