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안 고먼 GSMA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표는 지난 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M360 APAC' 콘퍼런스에서 인터뷰를 갖고 "한국에서 모바일 생태계에 대해 얘기할 때 투자의 갭(차이)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정부와 업계 차원에서 추구하는 '디지털 네이션(디지털 전환)' 비전과 이를 위해 필요한 인프라 사이에 간극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먼 대표는 "인프라 투자 비용을 통신사업자들이 부담할 수도 있고, 사업자 간 공정하게 부담할 수도 있고 아니면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며 "적절한 방안을 정책 입안자들과 업계 관계자들이 논의해야겠지만, 중요한 것은 인프라가 갖춰지지 못하고 적절한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결국 (디지털 네이션) 비전을 실현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래도 관련 논의가 점차 발전되고 있고 한국이 이와 관련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 네트워크 사용량은 앞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GSMA는 오는 2030년까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올해보다 모바일 트래픽 양이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같은 기간 증가폭이 7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M360 APAC 콘퍼런스 전반에 걸쳐 나타났다. 첫날인 1일 진행된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디지털 연결성을 위한 정책리더포럼' 세션에서 마니 마니모한 GSMA 디지털인프라정책담당은 "계속되는 트래픽 성장 속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지만 정작 통신사들의 ARPU(가입자당평균매출)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반면 전체 트래픽의 80%는 동영상이고, 인터넷 밸류체인 성장의 절반 이상은 온라인 서비스가 가져가고 있다"며 전반적인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고 짚었다. 인프라 투자 격차를 줄이기 위한 파이낸싱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고먼 대표는 한국의 '디지털 네이션' 수준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지난 1일 GSMA가 발행한 '디지털 네이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디지털 전환 분야에서 싱가포르·호주에 이어 아시아·태평양 18개 국가 중 3위를 차지했다. 그는 "GSMA는 인프라, 혁신, 데이터 거버넌스, 보안, 인재 등 5가지를 중심으로 디지털 네이션 척도를 평가했는데 이를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것이 바로 인공지능(AI)"라며 "그만큼 AI를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가 디지털 네이션에 있어 중요한 주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시대에 필연적으로 통신사들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고먼 대표는 "생성 AI가 등장하자마자 빠르게 파급효과를 일으켰던 것은 결국 모바일 기술이 조력자 역할을 했기 때문이고 그만큼 통신사들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 AI를 활용한 동시통역 기능 등 AI와 5G를 결합한 서비스의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는데 이를 구축하는데 통신사들의 역할이 크며, 실제 한국도 KT와 SK텔레콤 등이 AI를 선도하겠다고 발표했고 그에 상응하는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먼 대표는 한국 통신사들이 '오픈 게이트웨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부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오픈 게이트웨이란 통신사의 네트워크 정보를 표준화된 공개 소프트웨어(API)로 외부 개발자와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 통신 3사 모두 오픈 게이트웨이에 참여하고 있다. 고먼 대표는 "한국은 API 생태계가 발전했고, 때문이 이를 글로벌하게 표준화해 적용하게 되면 한국의 API 관련 생태계가 성장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매킨지가 보고서를 통해 API 표준화를 통해 3000억달러의 추가적인 시장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짚었는데 여기에 한국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